"학교폭력 당했다" 10년 만에 최고… 대면수업 재개에 신체폭력 늘어

입력
2023.12.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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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 발표]
초4~고3 재학생 2.9%가 "폭력 피해"
초교 신체폭력, 고교 사이버폭력 빈발

초중고 재학생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려 대면수업이 늘어나면서 신체폭력 피해 경험자는 전년 대비 2.9%포인트 늘어나고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은 그만큼 감소했다. 올해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와 정순신 변호사 자녀 전력 문제 등 학폭 문제가 유난히 부각되면서 학생들의 민감도가 높아진 것도 응답률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교육당국의 추정이다.

교육부는 14일 '2023년 학교 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올해 4월 10일~5월 10일 한 달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전수조사이지만 참여는 자율이라, 전체 조사 대상(384만 명)의 82.6%인 317만 명이 참여했다.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1.9%, 인원은 5만9,000명이다. 2013년(2.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2020년 0.9%로 최저점을 찍었던 피해 응답률은 2021년 1.1%, 2022년 1.7%를 거쳐 올해까지 3년 연속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등교 수업이 크게 줄었던 시기에 학폭도 감소했다가 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3.9%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1.3%), 고등학교(0.4%) 순이었다. 초중고 모두에서 전년 대비 0.1~0.4%포인트가 올랐다. 피해 장소(복수 응답)는 '학교 안'이 68.8%, '학교 밖'이 27.3%였다.

'폭력을 가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 역시 2013년(1.1%) 이후 최고치인 1.0%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초등학생의 가해 응답률(2.2%)이 전년보다 0.9%포인트 급등, 중학생(0.3%포인트)과 고등학생(0.03%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폭력 유형은 언어폭력(37.1%)이 가장 많았고, 이어 신체폭력(17.3%), 집단따돌림(15.1%) 순이었다. 신체폭력 비중은 전년보다 2.7%포인트 상승했고, 사이버폭력(6.9%)은 전년보다 2.7%포인트 감소했다.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수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학교급별 폭력 유형을 보면, 신체폭력은 초등학교에서 18.2%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 15.7%, 고등학교 12.3%였다. 반대로 사이버폭력은 고등학교 9.8%, 중학교 9.2%, 초등학교 6.9% 순이었다.

학교폭력을 목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7.2%)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4.6%였다. 목격한 뒤 취한 행동을 묻는 질문에는 33.9%가 '친구를 위로하고 도와줬다', 30.7%가 '아무것도 못 했다'고 답했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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