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유엔대사 “중국·러시아, 북핵 용인 불가 입장 바뀌지 않았다”

입력
2023.12.14 14:37
워싱턴특파원 간담회… “미국 책임론과는 별개”
고위관계자 “5대 핵국가 기득권… 미국과 같아”
내년 안보리 이사국… “북핵 무기력 타개 최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황준국 주(駐)유엔 한국대사가 밝혔다. ‘신(新)냉전’이 언급될 정도로 중·러와 미국 간 대립각이 첨예한 지금도 한반도 비핵화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아직 강대국 간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까지 겨누는 북한 핵미사일

황 대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워싱턴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열고 “중국·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발언을 통해 한반도 긴장과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책임을 미국 탓으로 계속 돌리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는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대(對)북한 제재 이행 의무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안보리에서 두 나라가 북한을 편들고 미국을 문책하는 것이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 대표부 고위 관계자도 “중국과 러시아도 핵확산금지조약(NPT) 5대 핵국가로서 기득권이 있는 만큼,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기본적 입장이 같을 수밖에 없고 북한 핵을 인정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며 “이들이 미국과 타협해 주지 않는 것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안보리의 북핵 방치다. 황 대사는 “2017년 이후 좀 잠잠하던 북한이 작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하면서 안보리 공식 회의가 5년 만에 다시 열렸는데 수년간 심화한 미중 간의 세계적 경쟁 구도하에서 최근 2년간 안보리가 아무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생산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맞물려 심각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북한 핵무기의 표적은 미국이었다. 지난 30년간 안보리의 북핵 문제 대응이 장거리미사일에 집중돼 왔던 배경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고, 마침 내년부터 2년간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황 대사는 “과거와 달리 북한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안보리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무기력했던) 지금과는 다른 다이내믹스(역학 구도)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권 문제 별도 의제화 국가는 북한뿐”

핵 문제뿐 아니다. 안보리 이사국 수임 기간 한국은 북한의 인권 문제도 적극 거론할 계획이다. 황 대사는 “우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 측면과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의 인권과 복지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북한 핵 개발과의 연계성으로 인해 우리의 국가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북한 인권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가 별도로 공식 의제화돼 있는 경우는 북한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은 1996년, 2013년에 이어 내년이 세 번째다. 황 대사는 “안보리 이사국 활동이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외교 무대임을 명심하고 있다”며 “강대국 간 세계적 갈등 구조와 복합 위기 속에서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안보리의 목적에 폭넓게 기여하는 동시에 우리의 외교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욕=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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