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제 활동이 둔화한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승리 선언은 아직 성급하다'는 판단이지만, 시장에선 연준이 긴축에서 완화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준은 이날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최근 지표는 경제활동 성장세가 지난 3분기의 강한(strong) 속도에서 둔화했음을 시사한다"며 "고용 증가세는 올해 초반에 비해 완만해졌으나 여전히 강세이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한해 동안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은 애초부터 예상돼 왔다. 시장의 관심은 오히려 연준이 회의 결과와 함께 발표한 '내년 경제 전망'에 쏠렸다.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를 4.6%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2024년에는 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추가 정책 강화(any additional policy firming)'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긴축 완화를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다만 그는 "팬데믹 이후 경제는 전망가들을 여러 면에서 놀라게 해 왔고,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지속적인 진전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신중한 모습도 보인 것이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2.4%, 2025년엔 2.1%로 각각 낮아져 2026년에는 목표치인 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 기간에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4.1%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11차례나 인상했고, 긴축 정책 시작 당시 0.00∼0.25%였던 금리는 현재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5.25∼5.50%까지 올랐다. 연준의 이번 동결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3.5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2.00%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