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기 전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거취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신당 창당을 함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김 대표는 탈당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13일 유튜브 생방송 '디톡스'에 출연해 김 대표 관련 질문을 받고 "김 대표와 오전 11시에 만나 점심시간 전까지 1시간 정도 대화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 11일 오후부터 자신의 거취 문제를 두고 잠행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 전 대표와 만난 이날 오후 5시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는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 지금 시점에서 본인이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상황 자체가 너무 화가 난다는 입장이었던 것 같다"며 "조금 여유를 가지시라, 성급한 거취 판단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 일정은 김 대표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예정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어제(12일)부터 갑자기 김 대표 거취 관련 파동이 났다. 혹시 그것과 연계돼서 만난 거 아니냐고 하는데 원래 만나기로 돼 있던 것을 오늘(13일) 만난 것"이라면서 "원래 제 거취 관련 얘기를 하려고 만난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늘 만나서는 김 대표 거취 얘기를 되게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 사실 공개에 대해 "두 사람의 공통된 의사"라고 했다. 다만 그는 '신당에 김 대표도 합류하느냐'는 지적에 "그건 너무 상상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도 이날 대표직 사퇴 이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저는 이준석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면서 "단 한 번도 우리 당을 탈당해 본 적이 없는 골수 뿌리 당원이다. 우리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되고, 신당에 참여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서울 노원 출마를 권유하며 "당의 수도권 총선을 이끌어달라"고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다.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며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지역구(울산 남구을) 총선 출마 여부 등 거취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