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3년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중지명령'… 이번엔 '부실시공' 도마 위로

입력
2023.12.20 04:30
사원 2층 철골보 '스터드 볼트' 부실시공
북구, 공사중지명령에 경찰 고발, 진단 착수
주민 "결사반대" vs 무슬림 "법대로 건축"

건립 문제를 놓고 주민과 무슬림 간 갈등을 빚었던 대구 이슬람사원이 법원 판결로 공사가 재개됐으나 부실시공이 부각되면서 공사가 다시 중단됐다. 이슬람사원 공사현장에는 잠시 예고치 않은 평화가 찾아왔으나 언제든 뇌관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재시공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슬람 사원은 착공 3년이 지났지만 완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대구 북구 등에 따르면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가 골목 안쪽에 건축 중인 이슬람사원은 부실시공으로 지난 14일 공사가 멈췄다. 북구는 이날 공정률 80%에 가까운 사원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고, 공사감리자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시공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건축법은 특별한 이유 없이 공사감리자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공사를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사에서 지적된 부분은 이슬람사원 2층 바닥을 지탱하는 철골보다. 철골보 윗부분에 설치돼야 할 스터드 볼트가 상당 부분 빠져있는 사실이 감리 결과 드러났다. 스터드 볼트는 철골부재인 기둥이나 보 등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구조적인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감리 관계자는 "H빔으로 뼈대를 세운 이슬람사원은 벽돌을 쌓고 내부에 계단을 내는 형태로 설계됐는데, 콘크리트를 부을 때는 이미 스터드 볼트가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공사 감리자는 지난 8월 현장의 스터드 볼트가 부실하게 시공된 사실을 발견했고 9월에 북구에 '위법건축공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북구는 즉시 건축주 측에 위법시공에 따른 처분을 사전통지하고 10월에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지난달 13일에는 독촉장을 보냈으나 건축주 측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북구 관계자는 "곧 조사에 착수해 진단 결과를 확인한 후 공사재개 여부를 판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에서 부실 판정이 나면 콘크리트를 모두 뜯어내고 재시공을 해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공사는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지만 동네 주민과 건축주들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결사반대"주장을, 건축주는 "법대로 건축" 주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서재원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실공사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건축허가가 취소되면 가장 좋겠다"며 건립 반대 시위 지속 방침을 밝혔다. 반면 한 무슬림 유학생은 "주민과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지만 허가된 사항이니 법대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슬람사원은 지난 2020년 9월 무슬림인 공동 건축주 7명이 경북대 서문 인근에 지상 2층, 연면적 245.14㎡ 규모로 건축 허가를 받아 같은 해 12월 착공됐다. 하지만 착공 2개월여 만인 2021년 2월 주민들이 반대시위를 시작했고, 북구도 공사중지명령을 내렸으나 건축주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9월 건축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사는 재개됐으나 주민들의 시위와 무슬림의 반발로 상호 고소전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공사현장 앞에는 무슬림이 혐오하는 돼지머리가 등장했고 주민들은 이 골목에서 돼지고기 파티를 여는 등 갈등을 유발했다. 선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 종교 갈등 문제으로 유엔 인권위원회도 관심을 가졌지만 사태해결은 난망하다.

북구 측은 그동안 골목을 벗어난 대체 이슬람사원 부지 제공과 현 공사현장 인근 주민 이사 등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양측 모두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북구 관계자는 "무슬림 측은 방해받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이슬람사원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주민들은 골목가에 종교시설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맞서고 있어 중재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대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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