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검토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 중 일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신 일부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제 기구 내부에서 의견 수렴이 안 되자, 소수파가 장외로 나와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13일 국교위 대학입시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개편특위) 위원 6명(장석웅 강혜승 김종영 김학한 성기선 이재덕)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 시안은 중대한 문제가 있어 부분적으로 고쳐 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개편안 전면 수정을 주장했다. 이들은 대입개편특위에 대해 "종합적 개선안 도출을 못하고 있으며, 교육부안을 넘어설 의지와 추진력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안대로 대입제도가 개편되면 '2022 교육과정' 취지와 동떨어져 경쟁 심화만 가속될 거라고 주장했다. 올해 10월 공개된 교육부 시안은 수능 선택과목 폐지 및 9등급 상대평가 유지, 고교 내신 상대·절대평가(5등급) 병기가 골자다. 이들은 "정부 시안대로 확정되면 학생들이 내신에 유리한 과목만 찾아다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색해질 거라는 얘기다. 수능 9등급 상대평가 유지에 대해서도 "재수생 폭증과 수능 사교육 전문 학원에서 수능 만점자와 전국 수석(표준점수 최고점)이 나온 올해 양상이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수능을 5등급 또는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장석웅 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 영역 절대평가 전환을 도저히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탐구영역만큼은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게 우리의 최종 양보안"이라고 말했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이후에도 변별력이 충분히 확보되고 있는 만큼, 탐구영역도 절대평가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 시안은 고교 1학년 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에서 탐구영역을 출제하고 모든 응시생이 치르게 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이렇게 되면 고교 2·3학년 때 진로와 적성 관련 과목의 중요도가 떨어져 학교 수업이 파행할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고교 내신을 두고는 선택과목 3종(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가운데 최소한 일반선택의 심화과정인 '진로선택' 과목과 교과 간 융합을 다루는 '융합선택' 과목만큼은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학생들이 진로와 미래를 위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교육계 진보 진영과 결이 유사한 이들의 주장이 국교위의 개편안 확정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대입개편특위 위원 17명 중 이들 6명을 제외한 이들은 대체로 '큰 변화를 주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다'는 우려로 교육부안을 큰 틀에서 유지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장 위원은 "합의제 기구인 국교위에서 다수결로 일방적 결론을 내선 안 된다"며 "소수 의견도 반드시 병기해 교육부에 검토안을 보내고 교육부가 여러 의견을 두루 고려해 최종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