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포기한 민주당 영입인재들... 野 외연 확장에 '악재'

입력
2023.12.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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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이탄희 · 홍성국 불출마 선언
'선거제' '후진적 정치구조' 명분

더불어민주당 이탄희(경기 용인정)·홍성국(세종갑) 의원이 13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20년 총선 당시 외연 확장을 목표로 영입된 의원들로, 지역구에서 재선에 도전할 만한 경쟁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들이 불출마 명분으로 내세운 정치적 상황들을 고려할 때, 민주당을 포함해 작금의 정치 현실 자체가 외부 영입 인사들의 확장성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위성정당 방지법'을 주장하면서 험지출마를 선언한 지 2주 만에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선거제 퇴행을 위해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하는 무리수를 두면, 국민의 정치 혐오를 자극해 총선의 본판인 253개 지역구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선거제 의원총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정당 투표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 움직임을 보이자,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홍 의원도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제로섬 정치는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4년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 보려 노력했지만,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갖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판사 출신 이 의원과 유명 애널리스트이자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사장 출신 홍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법조계와 경제계를 대표해 민주당이 야심 차게 영입한 인재들이다. 구체적인 불출마 배경은 다르지만, 이들이 스스로 배지를 포기하게 한 근본적 책임이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 전체에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이날 비이재명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과 홍 의원을 거론하며 "선하면서도 뚝심이 강했던 정치인들조차 지쳐서 민주당을 이탈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민주당의 문을 열고 나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가 그들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까지 평가할 만한 당 주류나 중진들의 희생이 없는 민주당 입장에서 초선 영입인재들의 이탈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외연 확장이 필요한데, 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워 투쟁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인재 영입을 해도 부족한 상황에 있던 인재마저 실망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