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총력전'... 배터리 재활용·핵심 광물 100일분 비축

입력
2023.1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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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배터리, 폐기물 아닌 제품
주요 광물, 100일분 비축 목표

정부가 자원 강국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 핵심 광물 100일분 비축 등의 전략을 내놓았다. 최근 산업용 요소 수출 제한 등 중국의 '자원 무기화' 위협에 위축되지 않으려면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13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차전지는 방전 후 충전을 통해 다시 쓸 수 있는 전지로 '충전용 건전지'를 떠올리면 알기 쉽다. 이차전지는 신산업인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폰 등에 꼭 필요해 주요국이 산업을 키우는 데 정책 역량을 쏟고 있다.

정부는 주요 이차전지 중 하나인 자동차 배터리 관련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지원법을 내년에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폐기물로 버려졌던 전기차 폐배터리가 제품 가치를 지녔다고 부각되면서다.

우선 '사용 후 배터리'를 수리하거나 일부 부품 교체를 통해 재제조한 배터리는 다시 전기차에 탑재한다. 전기차용으로 쓰기 어려운 사용 후 배터리는 ESS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다. 아울러 수명이 다한 배터리에서 꺼낸 광물을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재활용한다.

사용 후 배터리 정책은 특히 전기차 산업을 키울 전망이다.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를 모두 다시 쓰면 연간 전기차 17만 대 분량의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대·기아차가 연간 생산하는 전기차 30만 대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이 핵심 광물로 만든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 가격은 한층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 인조흑연은 전체 수입의 84%, 87%가 중국산이다. 사용 후 배터리에서 광물을 다시 쓸수록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 속 광물 재활용처럼 주요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산업 공급망 3050 전략'도 이날 함께 내놓았다. 희토영구자석, 반도체 희귀가스 등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품목 185개를 지정·관리하는 게 골자다. 직접 생산이 목표인 품목은 관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요소처럼 국내 생산 때 경제성이 떨어지는 품목은 일본 등의 국산화 사례를 연구한다. 리튬 등 35개 품목은 해외 수입이 끊기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국내 비축 물량을 100일분으로 늘린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70%였던 공급망 안정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2030년 50%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경제의 대전제인 '세계는 평평하다(자유무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가 무너졌다"며 "세계화가 다른 방향(보호무역)으로 진행되는 '뉴노멀'에 대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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