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이사회 만난 이복현 "은행 경영진 참호구축 말아야"

입력
2023.1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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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사외이사 선임 정당성·공정성 강화 주문
"PF 사업장 옥석 가린다"..구조조정 본격화 시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경영진에 '참호구축 방지'를 주문했다.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경영권을 지키려는 기존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경고다. 부실 위험이 고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해서는 '옥석을 가리겠다'고 밝혀,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열고 이날 발표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 주요 내용을 논의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이 5개월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결과인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은행권이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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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배구조의 운영 및 개선의 주체인 이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경영 문화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대표적인 소유-지배 분산 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특별히 노력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참호구축 효과란 경영진이 곳곳에 인적·물적 '방어진'을 구축해 자리를 보전하는 행태를 뜻하는데, 예컨대 CEO 연임 절차를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는다거나 회사 내부 후계자 대안을 없애는 식이다. 대표적인 폐쇄적 경영문화로, 주주에게는 손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 원장의 판단이다.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불완전판매 우려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는 금융사가 고객보다 단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영업 관행을 가질 때 주로 발생한다"며 "CEO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경영진의 위법·부당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사회가 감시 기능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커져가는 금융시장과 관련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단호한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건설사나 금융사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자금 상황 등을 확인해오고 있다"며 "여전히 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지만, 앞으로 시장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옥석 가리기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PF는 정리에 돌입하겠다는 뜻이어서, 이르면 내년 초부터 부실하거나 부실 징후가 농후한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PF 등 잠재돼 있던 불안 요인이 결국 터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이 원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생산성 확보를 위해 자원을 재배치하는 과정이 있겠지만, 이게 시스템 리스크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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