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채무에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빚까지 합친 공공부문 부채가 1,600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액을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도 처음 70%대에 진입하는 등 경제·사회 정책 보루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2022년 회계연도 일반 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는 1,588조7,00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9%(161조4,000억 원) 늘었다.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4.9%포인트 오른 73.5%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부채 증가폭, 부채 비율 상승폭 모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공공부문 부채는 일반정부 부채에 가려져 있던 공기업 부채까지 더한 액수로, 국가가 지고 있는 실질적인 빚 부담을 보여준다.
공공부문 부채가 크게 불어난 이유는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한전 등이 전기요금 인상 대신 한전채 발행 등 빚을 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비금융공기업 빚이 517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7조7,000억 원 늘어난 가운데 한전과 발전자회사 부채만 46조2,000억 원 뛰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한전 등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임급과 공사채를 많이 발행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발생한 비용 부담이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한전이 부채를 떠안았다는 것이다.
일반 정부 부채는 전년보다 90조9,000억 원 늘어난 1,157조2,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84조3,000억 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한 여파다.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2.2%포인트 상승한 53.5%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35개국 중 비기축통화국 11곳의 평균인 53.1%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빚이 많아질수록 나랏돈을 적재적소에 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태어나는 아이는 감소하는 반면 고령화는 심해져 세금 낼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의료비,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정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의무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