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 결과 뒤집기 사건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이 결국 연방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항소심을 건너뛰고 대법에서 직접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간 끌기' 전략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스미스 특검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여부를 가려달라고 대법에 요청했다. 대법은 같은 날 이 요구를 받아들여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게 오는 20일까지 의견서를 내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정부 기망 모의 등 4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것은 물론, 면책 특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공소 기각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전직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면책 특권을 부여했다고 볼만한 헌법 상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불복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는 한편, 당장 내년 3월 4일부터 시작되는 본 재판 역시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3월이면 공화당 2024년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하는 시기라 이대로 재판이 진행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사법리스크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 특검이 이례적으로 항소심을 건너뛰고 대법에 판단을 구하려는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간 끌기 전략을 깨뜨리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항소 절차를 밟는다면 준비서면 제출, 변론기일 조율 등 각종 절차를 거쳐 결론이 나올 때까지 본 재판은 시작조차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 가디언은 “재판이 내년 대선 이후까지 밀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의 혐의를 취하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검의 조치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성명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수천만 명의 지지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 외에는 이 가짜 사건을 서둘러 재판에 회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스미스 특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탈환을 막으려고 2024년 대선을 방해하는 데 너무 집착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 후원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시민권, 투표권, 임신중지(낙태)권 등 많은 분야에서 이 나라에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위태롭다”고도 했다. 이는 “취임 첫날 만은 독재자가 될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5일 언급을 겨냥한 발언이다. 차기 대선에서 재도전이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