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IDC) 한 곳에 사용하는 전력량은 6,000가구(4인 기준)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나다. 수도권 전력 쏠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전기 먹는 하마' IDC가 지목을 받는 배경이다. 정부는 3월 IDC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관련 법까지 개정했지만 도리어 수도권에 추가로 짓겠다는 신청 건수는 1년 전 전망치보다 424개 늘었다. 신청한 IDC가 전부 수도권에 들어선다면 신규 원전(1,400㎿) 40.8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필요해 IDC를 수도권 바깥에 마련하게 할 실질적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국 IDC 전기 공급 현황에 따르면 IDC 사업자들이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고 한국전력에 낸 전력수전예정통지는 10월 말 기준 1,365건으로 이 중 71.4%가 수도권에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 61건, 인천 169건, 경기 744건에 달한다. 이들 IDC가 쓰는 전력 규모는 전국 8만6,082㎿, 수도권은 5만7,120㎿로 각각 신형 원전 61.5기, 40.8기를 돌려야 만들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현재 한전이 전기를 공급하는 전국의 IDC는 148개로 이 IDC의 전력 용량을 모두 끌어모아도 원전 1.4기에 불과한 1,926㎿에 그친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한 셈이다.
올해 초 정부는 IDC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내놓으며 2029년까지 추가로 들어선 IDC 전국 637개(전력 규모 4만1,467㎿), 수도권에 550개(3만5,596㎿)가 될 거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해 9월 IDC 신청 건수를 바탕으로 예상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서울에 75곳(4,785㎿), 인천에 85곳(4,978㎿), 경기에 390곳(2만5,833㎿)이 들어설 거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부가 전망치를 내놓은 지 열한 달 만에 예상치의 두 배 가까운 규모가 신청됐다. 서울 신청 건수가 정부 예상보다 소폭 줄었지만 인천은 84곳, 경기는 354곳이 더 늘었다. 다만 강원 등 비수도권의 IDC 전기사용예정통지도 크게 늘어 전체 IDC 신청 중 수도권의 비율은 감소했다.
정부가 IDC 지역 분산을 위해 IDC가 주변 지역 전력 공급에 부담을 줄 정도로 전력을 많이 쓰면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역설적으로 수도권 신청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일대 IDC 전기사용예정통지가 급증했다"며 "3월 말 개정안 적용을 앞두고 '막차'를 타려 실제보다 더 많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IDC 고객에게 시설 부담금을 할인해 주고 강원과 전북‧전남 등 일부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투자금 일부를 지원하는 등 IDC를 비수도권에 보내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 IDC를 지을 만한 IT 관련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DC 기업 관계자는 "전기요금 아낀다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지방에 갈 기업이 많지 않다"며 "지자체, 공공기관이 IDC 수요를 만드는 것부터 생태계를 함께 구축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