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지역 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이 때, 과거 번성기 때 인구를 회복한 곳이 있다. 서해안 개발 시대를 이끌고 있는 충남 당진시 이야기다. 당진시는 지난 1년 동안 3,000명의 주민이 늘어 최근 인구 17만명 선을 돌파했다. 17만명은 당진시가 가장 인구가 많았던 1973년 당시의 인구수다. 반세기 만에 전성기 인구를 회복한 당진시의 비결은 무엇일까. 5일 집무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을 만나 당진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우리는 인구증가에 대한 기본 생각을 바꾸어 유입인구와 유동인구를 늘리는데 정책을 집중했다. 인구증가는 우량 기업을 유치하는 게 답이다. 기업이 들어오니까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니까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인구가 느니까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올해 지자체 고용률 분야에서 당진은 72%로 전국 최고점을 찍었다. 당진에는 원룸이 부족할 지경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취임 후 1년 동안은 수도권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다녔다. 주민들과 약속한 '발로 뛰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당진시 경제과장으로 근무할 때 1년에 200개 기업을 유치한 경험을 살렸다"
-허가과와 인구정책과를 폐지한 게 인구 증가에 주효했다는데.
"직원들이 반대했지만 취임 즉시 과감하게 허가과와 인구정책과를 없앴다. 인허가는 해당과에서 직접 담당하고, 민원인을 해당과로 안내해서 '당진에 가면 인허가가 쉽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6개월 걸리던 인허가를 2주만에 내주기도 한다. 인허가시스템을 혁신한 결과다. 투자 결정의 방점은 지자체가 기업대표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인구정책과가 있다고 인구가 는다고 보지 않는다. 인구정책과는 시장에게 인구 늘리는 방안이라는 걸 보고하느라 타 부서에 자료 달라고 조르기만 한다.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인구정책과를 없애는 대신 투자유치과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올해 한 해 3,000명이 늘었다. 효과가 나타났다."
-기업유치를 많이 했다는데.
"취임 후 금액으로 환산하면 7조 1,000억 원 상당의 기업유치 성과를 냈다. 대기 물량까지 합하면 10조 원 가량 된다. 대표적으로 SK렌터카, 와이케이스틸, 해양경찰개발원 등 27개 기업을 신규 유치했다. 고용 인원만 3,6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과 롯데케미칼이 당진항에 수소부두를 건설할 참이다. 국가산업단지(18.165㎢), 일반산업단지(13,787㎢), 농공단지(993㎢)등에 553개 업체가 입주했다. 평균 분양률이 90%에 달한다. 매출 규모는 16조 3,244억 원, 종업원이 1만 6,779명이나 된다.
-당진은 탄소배출 전국 1~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안다. 이제 불명예를 떨치고 탄소중립을 선도해 '명예로운 당진' 으로 거듭나겠다. 탄소배출의 주 사업장은 발전시설과 제철소 등 화석연료를 쓰는 기업이다. 시대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이 핵심이다. SK에서 산업단지 100만 평에 탄소 배관을 묻을 예정이다. 각 기업에서 배출한 탄소를 이 배관을 통해 포집한다. 전국 최초 사례다. 에너지원을 석탄·화석연료에서 수소로 전환 중이다. 전국 최초로 수소 부두가 당진항에 건설된다. 당진의 수소도시 조성 사업이 수소경제로 조기에 전환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당진은 탄소중립 달성 연도를 2045년으로 설정했다. 정부보다 5년 앞당긴 목표치다."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충남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당진에서 온실가스가 연간 5,800만 톤이나 배출된다.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한국동서발전, 현대제철 등 지역내 탄소배출 기업을 참여시켰다. 행정에서 아무리 탄소중립 달성을 외쳐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진이 탄소중립 모범 사례를 만들어 보이겠다"
-'산불인사'라는 게 뭔가.
"공직자들은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책무가 있다. 인사 평가는 공직자로서 덕목을 갖췄는 지를 봐야 한다. 지난 4월 휴일에 산불이 크게 났는데, 그 때가 사무관 승진 10명을 예고한 인사 시기였다. 일요일이었지만 비상근무 명령을 내렸다. 대부분 여직원들이 모여들었다. 산에서 막 내려온 등산복 차림 직원, 아예 밤샘 근무를 하려고 담요를 갖고 온 직원도 있었다. '조직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근무에 참여한 직원들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다. 모두 180명이 나왔는데, 사무관 승진 대상자 중 순번 10위 안에 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비상근무에 나온 후순위 대상자 10명을 사무관으로 승진시켰다. 그랬더니 인사 부서에서 난리를 쳤다. 온라인 게시판은 발칵 뒤집혔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결단을 내렸고, 지금은 당시 인사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수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