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이 바꿔온 미인대회의 이미지

입력
2023.12.15 04:30
26면
12.15 미인대회- 2

자메이카 출신 2019 미스월드 토니-앤 싱은 9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여성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카리브해 출신 학생회 회장을 지냈다. 대회 직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메이카와 전 세계 모든 소녀를 향해 이런 글을 남겼다. “여러분은 모두 충분히 가치 있고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아야 해요. 제가 받은 왕관은 제 것이 아니라 여러분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디서 왔든 인생에서 어떤 카드를 받았든 각자의 꿈이 유효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물증입니다.” 그는 현재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해 미스USA 체슬리 크리스트(Cheslie Kryst)는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포레스트 로스쿨 법학박사와 경영학 석사를 소지한 변호사였다. 대회 후에도 변호사 겸 재소자 인권 운동가로,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고기능성 우울증'을 앓다 2022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스유니버스였던 남아공 출신 조지비니 툰지(Zozibini Tunzi)는 배우 겸 모델로, 젠더 폭력 근절 활동가로 유명하다. 대회 출전 당시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로는 불리하니 가발을 쓰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툰지는 테이퍼드 모호크 컷 아프로 스타일을 고수했다. 그는 “아름다움은 하나의 고정된 방식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미인대회를 생각했다. 나는 모든 여성에게(…당신도) 그 모습 그대로 그 체형 그대로 그 피부색과 주근깨 그대로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스틴USA 출전 당시 고교생이던 흑백 혼혈 여성 캐일리 게리스(Kaliegh Garris)는 인문계고교와 예술학교에 중복 등록해 춤과 연극을 익히며, 장애인 지원단체 ‘위 아 피플 퍼스트(We Are People 1st)’를 설립해 이끌었고, 지금도 이끌고 있다.
대회조직위의 기획과 소비자들의 욕망과 별개로, 미인대회는 참가자들에 의해 바뀌고 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