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지대병원이 주차건물에 못 3개를 박아서 간판을 걸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병원 측은 벽 원상복구 비용으로 노조에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청구했지만, 1·2심 재판부는 “건물 기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나경선)는 신문수 대전을지대병원 노조위원장의 재물손괴 혐의 사건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을지대병원 노동조합은 2020년 5월 24일 병원 본관에 있던 노조 사무실을 주차타워로 이전하면서 간판과 사인물(눈에 잘 띄는 표지)을 설치했다. 사측은 사전 허가 요청이 없었고, 옥외광고물법에도 어긋난다며 철거하라고 통지했고, 이에 따라 노조는 하루 만에 간판을 철거했다.
그러나 노조는 한 달 뒤 사측으로부터 '옥외광고물 설치로 인해 훼손된 건물 벽면을 원상복구하기 위한 보수공사 비용 견적서'를 받았다. 노조가 간판을 걸려고 박은 3개의 못으로 인해 벽면 전체 패널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측이 외부 업체에 의뢰해 받은 견적 비용은 2,084만 원이었다.
노조의 항의에 병원 측은 견적 비용을 '870만 원'으로 수정해 통지했지만 감액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와 함께 신문수 노조위원장을 직원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노조는 "옥외광고물법을 인지하지 못해 간판을 설치했으나 사용자 요청에 따라 즉시 철거했고, 사인물은 노동조합원들이 사무실 위치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소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위원장은 이 사건으로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신 위원장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감봉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제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병원에 감봉처분을 취소하고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충남지노위는 결정문을 통해 "노동조합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활동을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사용자의 철거 요청 후 하루 만에 철거가 이뤄졌으며, 사용자가 옥외광고물 설치를 이유로 관련 기관에서 처벌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을지대병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 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했고, 신 위원장은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은 노조 사무실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차타워 외벽에 3개의 앵커(못)를 박은 후 간판을 설치하고, 양면테이프로 사인물 2개를 붙였다"며 "병원은 주차타워 외벽을 보수한다며 870만 원을 지출했으나, 앵커를 제거하고 실리콘으로 구멍을 메우면 30만 원 정도 드는데 이렇게 보수하더라도 기능 수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원심판결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도 "양면테이프로 붙인 사인물은 떼어내는 데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간판을 설치한 행위로 인해 주차타워 외벽의 용도와 기능에 어떤 영향이 있다거나 외벽의 미관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 주장을 기각했다. 검사가 판결에 불복, 상고함에 따라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