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사퇴 압박을 위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받았다. 유 사무총장은 "적법 절차에 의한 정당한 감사"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공수처 등에 따르면,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부장 이대환)는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유 사무총장을 불러 오전 9시 50분쯤부터 이날 오전 1시 9분까지 약 15시간에 걸쳐 고강도 조사했다.
차정현 부장검사가 준비한 360여 쪽 분량의 질문지를 바탕으로 전 전 위원장 비위 제보 입수 경위 및 특별감사 착수 과정, 감사 결과보고서 결재·공개 절차 등을 캐물었다.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 감사는 적법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상당수 질문에 대해 의견서나 진술서를 제출하겠다며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조사를 마치고 공수처 청사를 떠나면서 '어떤 부분을 소명했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자세하게 말하기는 뭣하다"면서도 "감사원 감사시스템을 아주 성실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 사퇴를 압박할 목적으로 표적 감사 전반에 유 사무총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전 전 위원장의 근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에 대한 권익위 유권해석 등 13개 항목을 특별감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의 명백한 표적 감사"라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전 전 위원장도 지난해 12월 유 사무총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감사 결과 발표 후엔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본인의 최종 검수를 거치지 않고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감사원 관계자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현재 공수처에 접수된 관련 고발은 줄잡아 2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과 공수처는 그간 출석 여부를 놓고 기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가 5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공수처는 한때 체포영장까지 검토했고 지난달 22, 23일엔 유 사무총장의 감사원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압박했다. 그는 공수처 소환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수처의) 통보 방식 자체가 위법이었다"면서 시간 끌기 지적을 일축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의 진술 분석을 끝내는 대로 추가 소환이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조사 결과와 피의자 측이 제출한 의견서 및 진술서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재소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윗선'인 최 감사원장 소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