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상대로 '2023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 투표를 진행한 결과 견리망의가 30.1%(398명)로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투표는 교수 20명의 추천, 교수신문 예비심사를 거쳐 추려진 5개 사자성어를 후보로 진행됐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는 "지금 우리 사회는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인은 국민들을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개인생활도 마찬가지라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정당화되다시피 했다"며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사회가 마치 견리망의의 전시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어에 투표한 교수들은 선정 이유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권자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상황을 잘 묘사한다"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졌다" 등을 들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사자성어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25.5%)이었다. 추천자인 이승환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철학)는 "무능한 국정운영 책임은 전 정부 탓을 하고, 언론 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기만을 반성해야 한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3위는 '피리를 불 줄 모르면서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 즉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뜻의 남우충수(濫竽充數·24.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