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경북 상주시는 한 주택가 마당에서 개 수십 마리가 방치된 채 길러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동물수집꾼(애니멀호더)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요, 개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 수가 늘었고 생김새도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시에도 유기동물을 위한 공간은 없었고, 동물수집꾼은 소유권 포기를 거부하고 있어 구조가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안전과 개들을 위해 그대로 둘 수는 없어 소유주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임시보호처를 어렵게 구해 구조에 들어갔는데요. 해당 지역에서 구조가 마무리될 때쯤 상주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근처 또 다른 공간에서 개 수십 마리가 방치된 채 길러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소유주는 소유권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키우던 개들을 몰래 다른 곳으로 옮겨 기르고 있었던 겁니다. 또다시 소유권 포기를 위한 설득과 개들을 위한 공간 확보 노력이 이어졌고, 이렇게 총 150여 마리의 개들이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이상원 상주시 축산과 주무관이 5개월 간 동물들이 있는 공간에서 잠복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주시는 동물수집꾼으로부터 구조한 158마리의 개를 '상주테리어'(상주와 품종의 하나인 테리어를 합친 말)라고 부르며 입양 홍보에 나섰는데요. 다행히 많은 수가 가족을 만났고, 이제 13마리가 보호소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사실 지자체 보호소는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라 할 수 있는데요.
상주시 동물보호센터는 2020년부터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안락사 제로를 고수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당장 수용 공간도 부족한 데다 내년에 새로운 동물보호센터를 지을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당장 약 70마리는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호소 관계자들은 어릴 때 구조된 뒤 보호소에서만 살고 있는 상주테리어들이 가족을 만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상주시는 최근 상주테리어를 포함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양 홍보를 도울 '상주 입양 서포터즈'를 모집했습니다. 저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서포터즈에 지원했는데요.
제가 입양 홍보를 맡게 된 동물은 상주테리어 13마리 중 한 마리인 '리카'(3세 추정∙수컷)입니다. 사실 지자체 보호소에 있는 동물은 이름이 없습니다. 관리번호로만 불릴 뿐인데요, 입양 홍보를 위해 SNS를 통해 이름 짓기에 나섰고 갈색 귀털이 매력적이라 '귀리카락'에서 따온 리카라는 이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리카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1957년 우주로 간 첫 번째 동물로 알려진 개 '라이카'를 닮기도 했더라고요. (라이카는 모스크바 빈민가를 떠돌던 개 '쿠드랴프카'의 종 이름인데 라이카로 부르고 있습니다.)
리카는 어릴 때 구조된 이후 보호소에서만 살아서인지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나 돌봄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지요. 하지만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요. 리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먹는 것입니다. 상주시보호소는 자율급식을 하고 있는데, 보호소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먹는 일뿐이어서인지 체중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시보호소 측은 "소심한 성격이다 보니 리카가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가정이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리카는 믹스종에 10㎏가 넘는 중형견입니다. 입양순위에서 밀리는 조건이지요. 하지만 짧은 다리에 귀여운 매력을 뽐내는 리카에게 평생 가족이 나타나길 바라봅니다.
▶'맞춤영양'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반려동물의 나이, 덩치, 생활습관에 딱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 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 문의: 상주시 동물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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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sangju_do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