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앵커, 국회의원 거쳐 화가로…네 번째 변신한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입력
2023.1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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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그림 매달려, 11일부터 첫 개인전

"벼르기만 해선 아무것도 못한다. 남은 인생도 도전하며 살겠다."

KBS 기자와 앵커를 거쳐 15~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윤성(79) 전 국회부의장이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11일부터 22일까지 인천 남동구 남동생활문화센터에서 개인전 '빨주노초파남보'를 열고 화가로 데뷔한다.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찬란한 사랑' '성당이 보이는 풍경' 등 파스텔화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이 전 부의장은 8일 본보와 통화에서 "지난 3년간 그림에 매달린 결과 작품이 50여 점 쌓였다"며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평가를 받아 보라'는 주변 권유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제13대 인천사회복지협의회장을 마지막으로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뒤 취미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던 그에게 현역 화가인 지인이 권한 것이 그림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인적으로 배우거나 동호회에 나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전 부의장은 백화점 문화센터를 택했다. 그는 "거창하게 시작할 생각하지 말고 우선 나가라는 조언에 따라 집에서 가까운 문화센터 문을 두드렸다"며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 강사 분들도 정성껏 알려줘 실력이 빨리 늘었다"고 미소 지었다. 코로나 시기여서 늘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듣다 보니 6개월 만에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 전 부의장을 뒤늦게 알아본 수강생들이 깜짝 놀라는 일도 있었다.

이 전 부의장은 그림, 그중에서도 파스텔화의 매력에 대해 "바로 색을 입히고 혼색을 할 수 있는 등 색깔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며 "수채화나 유화와 달리 도구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움직임이 없는 나무를 따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 이 전 부의장의 그림은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흔들리는 꽃을 지나 인물화까지 발전했다. 그는 "아직은 '내 그림'을 준비하는 단계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라며 "부끄럽지만 한 사람이라도 내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한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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