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도시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도시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기도 하다. 전 세계 국가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실제로 프랑스의 그랑파리 프로젝트, 일본의 도심부 재생프로젝트, 런던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등은 도시경쟁력 강화,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주목할 만한 사업은 녹색공간 확충 정책이다. 사실 건물과 도로로 가득한 도시에서 녹색공간을 확보할 방법은 많지 않다. △재정을 투입해 직접 토지를 매입하거나 △공공-민간의 조율을 통해 녹지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실현하기 쉽지 않은 데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서울은 하나의 방법이 더 있다. 바로 하천 수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은 예전부터 하천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경사지가 많은 지역이라 조선 시대 한성부에는 많은 물길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다. 기록에는 하천의 치수를 위해 왕이 직접 행차했다고도 하고, 수원화성으로 행차하는 왕의 행렬이 한강을 건너는 모습이 그림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하천은 홍수를 유발시키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휴식공간이 아닌 치수의 대상으로만 인식했다. 이는 개발도상국 시대의 물 정책이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고, 물 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서울은 한강을 국제적인 하천으로 키웠다. 많은 친수 공간이 만들어졌고, 이제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오르는 단골손님이 됐다. 서울시는 한강 지천 개발에도 나섰다. 중랑천, 탄천, 안양천, 홍제천 등 4개 지천을 시민들의 삶의 공간이자 거대한 녹색공간으로 조성하는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홍제천에는 역사 자원인 홍지문, 탕춘대성을 비롯해 예술이 흐르는 공간 '홍제유연', 수변 감성 카페 및 인공폭포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시민 친화형 수변 녹색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생활인구 분석에 의하면, 수변 녹색 공간을 조성한 후에 많은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하천과 수변 공간은 이제 우리 일상 속 공간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서울 전역에 흐르는 물길은 332㎞에 달하고, 물길 주변 500m~1㎞에 달하는 수변 공간은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다. 그리고 이 수변 공간을 거대한 공원 녹지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가장 쉽게 서울을 바꾸는 방법이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지만, 도시는 다시 사람을 만든다. 수변 공간과 함께 자란 아이들은 서울을 콘크리트 뒤덮인 삭막한 공간이 아닌, 녹색 공원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제 서울에 수변 감성 공간을 허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