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지에 대한 접대 강요 등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여성 경찰관이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반면 가해자인 파출소장은 지난달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을 받는 데 그쳤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7월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박인아 경위에 대해 사복 착용 등을 이유로 지난달 28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앞서 박 경위에 대해 감찰을 벌인 서울경찰청은 성동서에 박 경위를 경징계하라는 의견을 냈는데, 경징계 중 가장 높은 처분인 감봉을 결정한 것이다. 반면 경찰청 감찰 조사에서 갑질 사실이 인정된 금호파출소장 A씨는 지난달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에 경찰이 정년퇴직을 앞둔 A씨에게 가벼운 징계만 주고, 내부 문제를 공론화한 박 경위에게는 보복성 징계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은 "경찰 조직이 갑질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높은 징계를 내린 것은 상식 밖"이라며 "A씨가 박 경위에게 보복하기 위해 넣었던 진정을 취하했는데도 서울청이 직권으로 감찰을 벌여 징계까지 한 일련의 상황이 정말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지난 4월부터 박 경위에게 지역 유지와의 만남, 실내 암벽 등반을 강요했다. 박 경위가 문제 제기를 하며 경찰에 진정서를 내자 A씨는 파출소 내 폐쇄회로(CC)TV를 불법으로 열람한 후 박 경위의 근무 태만, 상관 지시 불이행 등을 문제 삼으며 '맞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박 경위에게 무고 혐의로 고소당한 A씨는 지난 7월 진정을 취하했다. 하지만 서울청은 이미 인지한 사건이라며 직권으로 감찰을 벌여 성동서에 박 경위 징계위 개최를 요청했다.
박 경위 징계 사유는 근무복이 아닌 형사 점퍼를 입거나, 파출소 아동안전지킴이의 무단결근을 지적한 것, 동료의 코로나19 병가를 대신 내주지 않은 것 등 7가지 항목이다. 박 경위는 해당 항목들이 A씨 측 주장만 반영한 무리한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박 경위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무거운 징계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확한 규정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내부 감찰과 징계 처분을 결정하며 보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 경위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기 위해 불법으로 CCTV를 열람한 A씨는 지난 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