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전쟁은 피할 수 있다"

입력
2023.12.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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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러드 '피할 수 있는 전쟁'

미국과 중국은 정말 한판 붙는 걸까.

미국과는 안보 동맹, 중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한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8차례 이상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눴고 호주 외무장관과 총리까지 지낸 케빈 러드 주미호주대사는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 가능성을 꼽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필연이라 해도 전쟁은 필연이 아니란 게 그의 지론이다. 사실 과거 미국과 소련은 지금 미중 관계보다 더 으르렁거렸다. 그럼에도 양국은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넘지 말아야 할 선에 합의하고 지켰다. 그때처럼 미국과 중국도 하루빨리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가 책을 쓴 이유다.

저자는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하고 대만국립사범대학을 유학한 뒤 호주 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중국 고위 관료들과 중국어로 소통했다. 그는 시 주석이 역사에 마오쩌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도자로 남기 위해 대만에 대한 실질적 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간파했다. 이를 통해 ‘조국 통일’이란 마지막 단추를 완성해야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큰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아직 없다. 미국도 잃을 게 너무 많다. 양국이 서로 ‘가드레일’을 설치해 갈등을 관리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여지가 생기는 대목이다.

저자가 예상하는 시나리오엔 한반도 통일을 결사 반대하는 중국이 역설적으로 한국을 북핵으로부터 지킬 가능성과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선제 타격하는 상황까지 포함됐다. 이런 제2의 한국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도 미국과 중국의 속내를 잘 아는 국제 고위 인사의 통찰은 참조할 부분이 적잖다.



박일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