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다시 시작합니다. 부산 이즈 비기닝(Busan is beginning)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 각계 장관, 대통령실 참모, 정치인들 100여 명이 6일 부산에 총집결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로 싸늘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민관이 총출동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민심 위로 현장에 이례적으로 기업 총수들까지 동원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가덕도 신공항 개항, 트라이포트 물류 구축,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북항 재개발 신속 추진 등 부산 주민들의 숙원인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 이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대동해 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스킨십을 나누는 이례적인 모습도 연출했다. 총선을 넉 달 앞두고 보수 우세 지역인 부산·경남(PK)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시민의 꿈과 도전' 간담회에서 부산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간 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끌어준 각계 시민 대표와 기업인, 누구보다 엑스포 유치를 뜨겁게 열망했던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면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외친 '부산 이즈 비기닝'은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 당시 구호였던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와 대구를 이룬 표현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모든 국토를 촘촘히 빠짐없이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부산이 남부권 거점 도시가 되어야 한다"며 숙원 사업 이행을 약속했다.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추진부터 가덕도 신공항 적시 개항, 철도 항만 등 물류 플랫폼 구축, 한국산업은행 이전과 북항 재개발사업 신속 추진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전날 윤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을 함께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 의사를 밝혔던 사안들이다.
관계 부처 장관들과 기업 총수들도 부산 민심을 다독이는 데 함께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산의 남부권 혁신 거점 발전 방안을,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신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물류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방안을 발표했고, 기업 총수 대표로는 이 회장이 "부산의 도전에 삼성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장제원 의원 등 PK 지역 의원들이 참여했다. 정부 부처에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재계에선 이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등이 함께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엔 부산 부평깡통시장으로 가 시민들과 스킨십을 넓혔다. 시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이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시장 안 떡볶이집을 찾아 "부산을 더 키우겠다"며 떡볶이를 나눠 먹었다. 빈대떡도 시켜 이 회장과 박 시장 등과 먹었고, 기업 총수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함께 전통시장을 찾는 모습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날 행사를 두고 재계에선 '과연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낙담할 부산 민심을 다독이는 자리에 갑작스럽게 대기업 총수나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줄 서서 떡볶이 먹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어떻게 볼까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내년도 실물 경제가 위기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고 미래 먹거리를 찾으러 다녀야 할 CEO들이 아직도 이런 행사에 차출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