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존경하는 검사' '백종원 부친과 인연'…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입력
2023.12.06 18:30
대통령실, 입지전적 스토리 강조
"방송통신 무관한 인사" 비판 염두

6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검찰 '특수통'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이 존경하는 검찰 선배 중 한 명이다.

김 후보자는 전형적인 '자수성가' 스토리로 유명하다. 1956년 충남 예산에서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모친을, 고교 2학년 때 부친을 여의었다. 1972년 예산고를 졸업하고 농사일 등으로 동생들을 보살피다 1975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충남대 법대에 입학했다. 1982년 결혼 후에도 동생들을 데리고 살았다.

김 후보자가 예산고 3학년 때 예산고 초대 교장이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부친인 백승탁 전 충남도교육감과 맺은 인연도 자주 언급된다. 당시 김 후보자는 약 8㎞ 거리를 통학하고 있었는데, 백 전 교육감이 "한두 시간 걸리는 통학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낫다"며 교장 관사에서 지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1년간 관사 2층에서 지내면서 당시 다섯 살이었던 백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다.

백 전 교육감은 김 후보자가 대학 진학에 실패하자 재수에 도움을 주고, '사범대에 진학해 나중에 학교를 맡아달라'고 권할 정도로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당시 인연으로 매년 수 차례 찾아가 인사하는 등 백 전 교육감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82년 2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5기)에 합격한 김 후보자는 1986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강력·특수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3년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다. 그가 중수부장에 임명됐을 당시 충남대 출신이 요직에 발탁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인 2007년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보유 및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책임졌다. 2009년 대검 중수부장에 발탁된 이후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등을 지휘했다. 중수부장 재직 시절엔 당시 중수 2과장이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으로 깊은 인연을 쌓았다. 2013년 이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후보자를 올해 6월 현 정부에서 발탁한 첫 권익위원장으로 내세운 것도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 간 신뢰관계를 보여준다.

여권에서 김 후보자의 어려웠던 시절을 강조하는 것은 방통위원장에 방송·통신과 전혀 무관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출신 인사를 앉혔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김 후보자를 소개하면서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 소년가장으로 농사일을 하면서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지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후 법조인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이런 삶을 바탕으로 공명정대하면서도 따뜻한 법조인으로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