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대의원 권한 축소와 현역 하위 평가자의 공천 감산 상향을 내용으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 처리를 두고 비이재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친이재명계의 당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시각에서다. 친명계는 대의원 권한 축소와 관련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등가성을 주장하는 반면, 비명계는 강성 팬덤의 입김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총선 1년 전 경선방법을 확정한다'는 당헌이 있음에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공천 룰을 손질하는 것도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7일 중앙위를 열고 당헌·당규 개정안을 심의한다. 개정안은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 반영 비율 감소(60~70:1→20:1) △현역 하위 평가자 10% 대상 공천 감산 상향(20%→30%)이 주내용이다. 지난달 21일 총선기획단 제안 후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이라 중앙위를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중앙위는 국회의원 전원과 지역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등 800명으로 구성된다.
비명계는 막판까지 개정안 처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부결을 호소했다. 전해철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1년 전 공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의 근간이며 대원칙"이라며 "감산기준 역시 공천 룰과 관련된 내용이며,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바꾸는 것은 원칙을 허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의원제 축소에 대해선 "총선 승리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선과 관련 없는 대의원제 논란을 만들어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의원은 5일 중앙위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집행부가 편의주의적 태도로 당헌을 누더기로 만들고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는 내용이므로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의원도 "대의원제는 당세가 약한 특정 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도입됐다"며 "장점을 무시한 채 특정 세력의 목소리 강화를 위한 대의원제 흔들기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현 상황에서는 중앙위에서 반대토론이 진행될 수 있지만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당무위를 통과한 안건이 중앙위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거의 없고, 친명계가 당초 주장한 대의원제 폐지에서 비율 축소로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대의원 권한 조정은 당원들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의원들도 당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신당 창당을 시사한 후 통합과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거나 당내 역할을 맡길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당의 단합 그리고 소통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누구나 열어놓고 소통하고 대화하고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출당을 요구하는 권리당원 청원이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자, 페이스북에 단결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뒤 해당 청원을 삭제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