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오름폭이 다소 둔화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널뛰기하는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커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7월 2.3%까지 떨어진 뒤 8월 3.4%→9월 3.7%→10월 3.8%로 확대되던 물가 상승폭이 소폭 줄어든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5.1%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5%포인트 낮춘 영향이 컸다. 유종별로 보면 휘발유는 2.4% 올랐지만 경유와 등유는 각각 13.1%, 10.4% 하락했다.
복병은 기상 여건 악화로 가격이 뛴 농산물이었다. 사과(55.5%)‧오이(39.9%)‧파(39.3%)‧토마토(31.6%) 등의 가격 급등 여파로 전체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13.6% 올랐다. 2021년 5월(14.9%) 이후 2년 6개월 만의 최고 상승폭이다. 농산물 물가는 전체 물가의 0.57%포인트를 끌어올리며 국제유가 안정화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를 모두 상쇄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채소류는 생육 기간이 짧기 때문에 새로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농산물 가격은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점차 낮아지는 형태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농산물 물가가 물가 상승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날 한파 등에 따른 배추·무 공급 부족에 대비해 이달 중 배추 5,000톤, 무 3,000톤을 비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파는 연말까지 할당관세 물량 2,000톤을 도입한다.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해 3월(3.3%)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작다.
정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최근 수출 회복세와 맞물려 향후 한국 경제 반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향후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추세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며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도 점차 가시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국제유가 추이와 국내외 경기 흐름 등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한 달 만에 물가상승률이 0.5%포인트 낮아지는 빠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긴 어렵고, 상승률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