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형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송 전 대표와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는 그 자체만으로 부적절하다. 그런데 선거제 합의를 미루고 있는 민주당까지 이들의 창당에 우호적 반응을 보이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송 전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대표에서 민주당의 우(友)당으로 가칭 윤석열 퇴진당으로 힘을 모아 주면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직 선거제 논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판받은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대놓고 공언한 것이다. “돌 하나는 들어야겠다”는 조 전 장관도 신당 창당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합 비례정당을 만들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신당 창당은 선거제 개편에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비례성 강화, 위성정당 금지를 위한 선거제 개편 요구는 정치개혁을 외쳐온 민주당이 지켜내야 할 가치이자 대국민 약속이다. 그런데도 시간이 갈수록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제도 유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확답을 않고 있고, 홍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 논의를 내년 1월까지 미룰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물론 민주당으로선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선거제에 따른 총선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병립형 회귀 또는 현행제도 유지 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국민의힘을 핑계로 삼는 것이 정치개혁 가치를 저버릴 명분이 될 수 있는지, 기득권 지키기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총선에 이어 또다시 위성정당 난립을 방치하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이자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