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부지 내에서 고농도로 검출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조사가 2년 반 만인 5일 종료됐다.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가 누출되고 있던 곳은 일부 확인됐지만, 부지 밖으로 유의미한 유출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일부 삼중수소 검출 시설에 대한 후속 조사와 철저한 안전 조치 등을 약속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현안소통협의회가 이날 내놓은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최종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지 내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원인은 크게 △1호기 폐수지저장탱크(SRT) 집수조(폐수를 모아두는 곳)의 누설 △3호기 터빈갤러리(지하수 집수시설) 맨홀 상부의 폐기체처리설비에 삼중수소 함유 공기 유입 등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의 누수를 막는 차수구조물이 두 차례 보수 공사 중 손상됐고, 이로 인해 SFB 누설수가 집수조로 흐르는 경로가 차단돼 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다만 이는 부지 내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과의 연관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호기 SFB와 SRT의 누설을 가정했을 때 삼중수소 누수량은 각각 연간 14~18.6톤, 1.17~1.61톤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조사단이 이 같은 추정량을 바탕으로 지하수 유동 모델링을 해봤더니, 삼중수소는 대부분 영구배수시설(지하수 집수시설)로 유입되고 부지 내에서만 확산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즉 부지 바깥으로의 유의미한 유출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단 3호기 인근 지하수 관측정(WS-3) 등에서도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했는데, 이에 대해선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조사단이 후속 조사를 권고했다.
학계 인사와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현안소통협의회는 사업자와 원안위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각각 △감시·관리 방안 확대, 관측정별 방사성물질 측정 결과 주기적 공개 △현장 규제 체계 정비 등이다. 김호철 현안소통협의회 의장(원안위 위원)은 "조사단이 부지 경계 바깥으로 유의미한 유출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기본적으로 부지 내에서 비계획적 누설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누설이 거듭되면 외부 유출로도 이어지는 만큼, 재차 누설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안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안전 조치를 약속했다. 이미 1호기 SFB와 SRT 보수, 3호기 터빈갤러리에 삼중수소 함유 공기 유입 차단 등의 조치는 진행 중이다. 원안위는 "부지 내·외부 지하수의 방사능 분석 주기를 단축해 누설이 발생할 때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 하고, 올해 말까지 관측정을 7개소 추가할 것"이라며 "조사단 권고를 반영한 안전성 강화, 후속 보완조사 계획을 수립해 지속 점검해 가겠다"고 했다.
조사단과 원안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후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주민 설명회를 통해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결과를 사전 공유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설명회가 무산됐다. 박희순 양남발전협의회장은 "지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원안위가 자료를 읽어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다"면서 "추후 다시 일정을 확정하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월성원전은 중수(重水)를 감속재, 냉각재로 이용하는 '중수로형' 원전으로, 구조상 삼중수소가 많이 생성돼 지속적인 관심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2020년 말 해당 부지 내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거세졌고, 이듬해 3월 민간조사단이 출범해 2년 반 동안 조사를 벌였다. 구체적으로는 △SFB 등의 건전성 △터빈갤러리 내 고(高)삼중수소 원인 △터빈갤러리 침전물 감마핵종 원인 △부지 내 지하수 고삼중수소 원인 △외부 환경으로의 유출 여부 등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