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바람으로, 찬 바닷물로…빅테크의 지상 과제 '데이터센터를 식혀라'

입력
2023.1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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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IDC 전력 소비량=3.7만 가정 연간 소비량
AI 기술 적용할 경우 최대 3.3배 증가
빅테크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올라


인공지능(AI)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AI 서비스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IDC 업체들이 AI용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또 다른 숙제도 받아 들었다. 고성능의 AI용 반도체를 가동하기 위해 너무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서버에서 엄청난 열이 나오면서 IDC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도 걱정스럽다. IDC 업체들은 고성능 서버를 24시간 쉴 새 없이 돌리면서도 전력 사용량과 발열량을 낮춰야 한다.

15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IDC가 쓴 전력량 추정치는 240~340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전기 소비의 3%를 넘어선 규모다. 2030년에는 이 수치가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적으로 대규모(하이퍼스케일) IDC는 연간 20~50메가와트(㎿)를 쓰는데 이는 3만7,000가정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양이다.

문제는 AI 서비스가 본격 확산하면서 IDC의 전력 소비량도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에너지 관리 전문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에 따르면 AI 서버를 적용한 IDC 전력 수요는 기존 IDC의 전력 수요 증가율 대비 3.3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 가까운 스웨덴에 IDC 건설한 메타


주요 빅테크 기업은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뜨거워진 열을 찬바람으로 식히기 위해 북극 지역에 IDC를 짓는 것부터 아예 차가운 바닷물 속에 서버를 구축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AI 기술을 동원해 IDC의 열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①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2013년 북극과 가까운 스웨덴 룰레오에 IDC를 건설했다. 이 지역은 겨울철 평균 기온이 0도 이하이고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는다. 찬 북극 바람으로 서버를 식히고 전력은 인근 수력 발전소에서 끌어다 써 냉각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결정이다.

메타는 IDC 설계부터 열 관리에 안성맞춤 구조를 고민했다. 그 결과 스웨덴 대표 기업 이케아의 가구 제작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긴급전개 데이터센터(RDDC)'라는 건축 기법을 활용했다. 구성 요소를 레고블록처럼 만들어 붙였다 뗄 수 있게 함으로써 이동과 결합을 쉽게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을 보관하는 공간에서 공기가 잘 돌 수 있게 구조를 짜고 상황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알파고 개발한 AI로 냉각 에너지 낮추는 구글


②구글 역시 2011년 핀란드의 항구도시 하미나에 IDC를 마련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을 끌어들여 IDC를 식히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구글은 열 방출에 특화된 서버용 신소재까지 만들었다. 이와 함께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AI 기술을 활용해 열 펌프를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을 예측하는 등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구글의 IDC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IDC의 전력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전력사용효율(PUE)을 보면 구글의 PUE는 2008년 1.22에서 2021년 1.1로 감소했다. PUE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총전력량을 센터 내부 정보기술(IT) 장비가 사용한 전력으로 나눈 비율로 PUE가 1에 가까울수록 IT 장비 외에 드는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전 세계 대규모 IDC의 평균 PUE인 1.57보다 0.46이나 낮은 수치다.



MS는 바닷속에 IDC 시범 구축


③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8년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바다에 서버 864대를 포함한 IDC를 시범 구축했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속 재질의 컨테이너 구조로 만들었으며 해수의 낮은 온도를 이용해 서버를 차갑게 한다. 세계 인구 절반은 해안에서 200㎞ 이내에 거주하는 만큼 IDC를 해안도시 근처의 바닷속에 둬서 데이터가 이동하는 거리도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 또한 MS는 IDC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활용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반대로 사막에 IDC를 짓는 역발상도 있다. ④미국의 서버 업체인 페어네트웍스는 뜨거운 라스베이거스 사막 한복판에 IDC를 건설했다. 건물 외곽에 발전용 태양광 패널을 설치, 온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태양광 패널을 통해 얻은 풍부한 전기로 냉방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논리다. 일반 전기는 태양광발전이 불가능할 때 임시로만 쓰고 있다.



외기 적극 활용한 네이버의 '각 세종'


⑤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자체 IDC '각 세종'의 경우 찬물이 흐르는 벽에 바람을 통과시켜 IDC의 온도를 낮추는 식의 건축 기법을 적용했다. 기후 환경에 따라 직접 바깥 공기와 간접 바깥 공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외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는 자연 외기를 에어 필터에 통과시킨 다음 바로 서버실을 냉각하고 서버실 열기를 머금게 된 공기는 옥상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꽃가루나 황사, 미세먼지가 많거나 온도, 습도가 높아 외부 공기를 활용할 수 없을 때는 간접 외기 모드로 서버실을 차갑게 한다. 이 밖에도 양방향에서 자연 외기를 쓸 수 있게 부채꼴 형태로 꺾어 건물을 배치했으며 서버실에서 내뿜는 열기는 복층을 통해 빠르게 외부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해 공조 효율을 높였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