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김여정 하명법'으로도 불렸던 이 법안이 시행한 지 약 2년 6개월 만에 효력을 잃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됐다고 9명 중 7명의 재판관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시 상황을 다시 짚어 보자면 2020년 6월 한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 50만 장을 북한 상공으로 살포하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며 격노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는 법안이 준비 중이라는 발표에 이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그리고 12월에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곱지 않았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인권 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제사회가 격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법안이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로의 꾸준한 정보 유입은 북한의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져올 수단이다. 김여정의 과민반응은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 것이다.
마침 지난 11월 29일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인권 현인그룹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디지털 자유화를 위한 대북 정보 유입 방안들이 검토됐다. 특히 대북 전단 유입 활동이나 USB, SD카드 등 비(非)네트워크 수단과는 차별화된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방안들이 논의돼 주목받았다. 북한을 포함한 독재국가들의 핵심 무기는 디지털 검열, 감시, 그리고 인터넷 차단인데 북한의 인터넷 접속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률이 세계 최하위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인그룹 회의에 참가한 미 스팀슨 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선임 연구원은 검열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인터넷 접속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검열 우회와 콘텐츠 차단 방지를 논하며 새로운 통신위성의 등장이 북한의 정보차단망을 곧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2024년부터 운영 예정인 이 통신위성은 위성 접시 또는 단말기 없이도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돼 문자, 통화는 물론 인터넷 접속도 언젠가는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유형의 위성이 기존 스마트폰과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위성이 전통적인 휴대 신호를 송출해 우주에 있는 셀 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존 위성 전화는 위성 전용 프로토콜 및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작년 말 AST스페이스모바일(AST SpaceMobile)이 개발한 인공위성 블루워커 3(BlueWalker 3)는 지구 저궤도상에서 64㎡에 달하는 안테나 어레이를 통해 4G LTE 및 5G 신호 제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AST스페이스모바일 외에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지구 저궤도상에 통신 위성 4만2,000기를 배치할 예정이며 아마존은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용으로 위성 3,236기를, 원웹은 위성 648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북한 하늘이 하루빨리 풍선 대신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뒤덮일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는 신기술 도입 및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4Gㆍ5G 인터넷 신호가 북한 전역에서 잡힐 때 북한은 자연히 변할 것이고 자유통일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