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에서 유일했던 판다 암수 한 쌍이 12년 만에 중국으로 떠났다.
영국 BBC방송과 텔레그래프 등은 4일(현지시간) 에든버러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암컷 톈톈과 수컷 양광이 이날 중국 쓰촨성으로 가는 특별 전세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2011년 12월 영국에 도착한 톈톈과 양광은 정해진 임대 기간 10년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2년 더 머물렀다. 그간 8차례의 시도에도 번식은 성공하지 못했다. 현지 언론 에든버러뉴스는 “아기 판다 없이도 톈톈과 양광은 존재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고 전했다.
판다 수송에는 에든버러동물원이 특수 제작한 길이 190㎝, 높이 146㎝, 너비 127㎝ 크기의 철제 우리가 사용됐다. 우리에는 잠금장치가 있는 미닫이문, 소변 판, 가림막 등이 설치됐다. 동물원 측은 판다가 새로운 우리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훈련을 했다. 톈톈과 양광을 돌본 사육사 마이클 리빙스턴은 “판다들이 아침에 늘어져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출발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기상 시간을 조금씩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특수 우리에 실려 에든버러 공항으로 향한 톈톈과 양광은 오후 1시 40분쯤 중국 남방항공 보잉 777 화물기에 실렸다. 영국 측 사육사와 수의사, 중국 측 사육사, 항공사 관계자가 판다의 중국행 여정에 함께했다. 항공기가 에든버러와 중국 중간쯤을 지날 때 영국 측 사육사가 중국 측 사육사에게 상자 열쇠를 건네주면 두 판다에 대한 책임도 넘어가게 된다. 이후 중국에 도착하면 추가 격리를 거쳐 각기 다른 판다 센터로 보내진다.
동물원은 현장 혼란을 피하려 이날 정확한 출발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지난주 텐텐·양광과의 작별 인사를 마쳤다. 영국 가디언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영국 전역에서 판다를 보려 몰려온 인파로 줄이 늘어섰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몸싸움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에든버러동물원을 운영하는 스코틀랜드 왕립동물협회 데이비드 필드 회장은 “판다 사육사뿐 아니라 직원, 방문객, 온라인 웹캠으로 지켜봐 온 모든 이들에게 슬픈 일”이라면서 이별을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