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법관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법관이 개인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할 때는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그러나 법관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 법관의 SNS 사용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뜻을 모으지 못했다.
전국 법관들의 대표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하반기 정기회의를 열고 '법관은 SNS를 이용할 때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참석 법관 99명 중 53명 찬성, 35명 반대로 가결됐다. 해당 내용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과거 두 차례 제시한 권고의견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법관의 SNS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안건은 부결됐다. 현장 토론을 거쳐 기준이 아닌 '참조할 수 있는 사례'를 마련한다는 수정안이 새로 발의됐으나,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모두 과반을 충족하지 못해 채택되지 않았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무엇을 SNS상 의견 표명으로 볼지의 문제도 거론됐고, 법관 사생활은 개인의 책임감에 맡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금 더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법관의 SNS 이용을 둘러싼 논란은 8월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직후 불거졌다. 박 판사가 지난해 대선 직후 SNS에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며 개인의 정치 성향을 드러낸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편파 판결' 논란이 일었다. 박 판사는 해당 글을 게시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대법원으로부터 ‘엄중 주의’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