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미래주도형' 동관 ②'안정형' 동원 ③'진취형' 동선…뚜렷해진 한화 삼색 승계

입력
2023.1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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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모멘텀부문 '배터리데이'
"2030년까지 매출 3조 원 목표"



한화그룹이 이차전지 장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선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던 ㈜한화 모멘텀 부문이 내년까지 대규모 신규 채용 등을 통해 2030년 이차전지 공정 장비 매출을 3조 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다. 한화그룹 내 미래 먹거리 다양화를 위한 복안인 셈이다.


'드러나지 않았던' 미래 먹거리 청사진 공개


1954년 창립 이래 이차전지와 태양광, 디스플레이, 반도체, 물류 등 장비 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 모멘텀 부문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이차전지 사업설명회 '2023 한화 배터리데이' 행사를 열고 ①세계 최초 자율주행 코팅 기술과 세계 최대 규모 소성로 ②공정 일괄수주 솔루션 ③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팩토리 등 개발을 내년까지 끝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특히 전 세계 3위권 경쟁력을 지닌 코팅과 소성로 분야에서 매출의 30%가량을 올리고 2030년쯤 18∼20%의 영업이익률도 함께 내겠다는 계획과 함께 ①차세대 양극재 공정 장비 ②실리콘 음극재 공정 장비 ③전고체 건식 기판 공정 장비 등 개발 및 상용화 목표까지 공개됐다. 한화그룹이 그동안 '존재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사업 영역에 대한 현황과 미래 경쟁력을 처음 상세히 알리면서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 모아졌다.



"김 회장의 세 아들, 내년 수익성 강화에 초점"


연말 이차전지 장비 사업 계획도 공개를 앞두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 역할도 한층 또렷해졌다. 기존 사업 중 제조업 분야를 물려받은 첫째(김동관 부회장)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주도형' 경영을, 한화생명 등 금융 부문을 책임지는 둘째(김동원 사장)는 캐시카우를 쥐고 '안정형'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상반기 미국에 본사를 둔 프리미엄 햄버거 파이브 가이즈 론칭으로 유통 분야에서 소비자 접점을 늘린 셋째(김동선 부사장)는, 하반기 ㈜한화의 로봇사업부까지 품으며 '진취형' 경영을 통한 사업 확대 동력을 마련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올해까지 한화오션 인수와 방산 부문 재편, 금융계열 글로벌 경쟁력 제고, 로봇 부문 이관 등을 통해 '삼인삼색' 승계 구도를 갖췄다면 내년부터는 기존 사업의 안정화와 수익성 강화를 함께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그룹 일정 외에 뚜렷한 대외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김 회장의 역할을 세 아들이 이어받아 경영 역량을 본격적으로 펼칠 거란 얘기다. 이와 함께 동시에 지분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산 것 말고는 그룹 내 여러 사업들을 각각의 성격에 알맞은 조직으로 옮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재편했다"며 "이는 사업적 토대를 강화하고 세 아들의 영향력을 조금 더 키운 행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엔 현재 구도에서 각 사업 부문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세 아들의 지배력은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