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도 먹기가 겁난다... '아찔한' 초콜릿 물가, 왜?

입력
2023.1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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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덮친 엘니뇨 폭우에
올해만 코코아 가격 60~70% 폭등
설탕값도 고공 "연말 물가 어쩌나"

"당분간 더 저렴한 초콜릿을 기대하지 마세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별한 날 초콜릿이 점점 비싸지는 이유'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올해 들어 값이 안 오른 먹거리가 없다지만,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 오름세가 유독 가파르다는 게 그 이유다. 엘니뇨가 불러온 폭우가 원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코코아 농사를 망친 탓이 큰데, 성탄절 파티 수요 등으로 가뜩이나 고공 행진을 하는 연말 물가에 초콜릿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최근 미국 ICE 선물 시장에서 코코아 3월물 가격은 톤당 4,200달러를 넘겨 1977년 이후 46년 만에 최고치를 썼다. 올해 들어서만 약 62% 폭등한 결과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도 코코아 가격은 1년 사이 70% 가까이 치솟았다. 코코아 가격 급등은 초콜릿 가격을 밀어 올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초콜릿은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약 15% 뛴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가격이 비싸지는 건 불안정한 날씨 탓이 크다. 코코아 가격 상승도 이상기후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 주요 원산지를 덮치면서 초래됐다. 엘니뇨가 부른 폭우와 홍수가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두 나라를 휩쓸면서 수확량이 급감했다. 지난 5월 시작된 장마 이후 서아프리카에는 예년보다 두 배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WSJ는 올해 코트디부아르에서만 코코아 출하량이 전년 대비 25%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가나 생산량 역시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콜릿의 또 다른 원료인 설탕값도 심상치 않다. 설탕 원료인 사탕무를 생산하는 유럽 북서부에 폭우가 쏟아져 공급량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탕무 최대 재배지 중 한 곳인 프랑스에선 지난달 25년 만에 최장 기간인 32일간 쏟아진 폭우로 사탕무 수확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최근 미국 농무부는 설탕 가격이 올해 9% 가까이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식품 업계는 일찌감치 가격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데레즈는 최근 코코아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내년 일부 상품의 판매가를 올린다고 밝혔다. 외식이 잦은 연말·연초 시즌을 맞아 급등하기 마련인 먹거리 물가에 코코아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코코아는 물론 설탕 가격도 최고치를 찍은 만큼, 크리스마스를 앞둔 소비자들은 쿠키 등 초콜릿 가공 식품에 더 많은 돈을 쓰게 생겼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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