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가 수입할 예정이었던 요소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지난달 선적을 막은 것은 의도적일까, 아닐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린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요소 수요 때문"이라는 게 중국의 설명이지만, 핵심 원자재 공급망 장악력을 과시하려는 속내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2021년 한국의 '요소수 대란'을 목격한 터다.
4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업체들이 수입하려던 요소 상당량이 중국 해관총서(세관)의 지시로 선적 작업이 중단됐다. 통관 검사까지 마친 뒤였다. 수출이 결정된 물품의 선적을 중단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에 배경을 문의했고, 통관 물량의 조속한 선적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중국 조치에 외교적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4일 특파원들과 만나 "지난달 17일 중국의 질소비료공급협회가 중국 회원사들에 '질소 비료(요소 비료를 포함한 상위 개념) 수출을 자제하고 국내에 우선 공급하라'고 주문하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했다"고 소개했다. 내년 봄 파종 시기를 앞두고 요소 비축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중단한 것일 뿐 한국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정황은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남호 산업부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확인한 결과 정치적 배경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중국의 요소 수요 문제로 통관이 지연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당국자는 "한국뿐 아니라 인도, 일본 등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의 이번 행동에 외교적 의도가 있다고 현재로선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비축량 때문"이라는 중국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선 2021년 11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차량용 요소수 대란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산 수입 비중이 20% 이하로 낮은 비료용 요소와 달리 차량용 요소에 주로 쓰이는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약 90%에 달한다. 당시 한국 정부는 중국에 긴급 협상 등을 요청해 가까스로 예정된 수입 물량을 들여왔다. 이번 선적 중단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중국이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요소수 대란 사태 당시 중국은 "특정국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면서도 핵심 자원에 대한 지배력을 과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베이징의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중국은 '현 조치가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하겠지만,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 의존도를 은근히 부각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핵심 광물 자원 수출 통제가 본격화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뤄졌다. 지난 8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선 중국은 이달 1일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천연·인조 흑연에 대한 수출 통제도 개시했다. 이에 대해서도 중국은 "특정국 겨냥 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자원 통제력을 무기 삼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