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도 우리나라 수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고, 주요국의 신성장 산업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수출 개선 흐름 점검 및 향후 지속가능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보기술(IT) 경기 하강, 중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부진했던 수출 금액은 올해 9월을 기점으로 뚜렷한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수출 증가 속도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이후 나타났던 회복기와 비교해 다소 더딘 편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개선세를 이끌고 있는 건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물량과 가격이 모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올 1분기 71억 달러 수준이던 월평균 반도체 수출액은 계속 우상향해 지난달 97억 달러에 도달했다. 비IT품목 중에선 자동차와 기계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석유화학과 철강 등 여타 품목은 여전히 주춤한 모습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고용량 반도체 제품 수출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간 부진했던 컴퓨터와 스마트폰 수요도 살아날 것이란 예상이다. 보고서는 “과거 회복기를 보면 반도체 수출이 평균 약 28개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수출과 성장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의 AI, 친환경 투자 확대도 수출엔 희소식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과 친환경 전환 등을 위해 자국 내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데,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등 한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대미 수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이다.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 거점으로 부상 중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 수출도 중간재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봤다.
문제는 대중국 수출이다. 한은은 “중국의 경우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산업구조 고도화로 자급률도 상승하고 있어 대중 수출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발표한 별도 보고서에서도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을 소비재 중심으로 확대하고, 수출품 경쟁력 제고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