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해외 관광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일본 숙박업계가 하룻밤 숙박비가 10만 엔(약 89만 원)을 넘는 고급 호텔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일본인 고령자, 중국 단체 관광객 등을 겨냥한 중저가 객실 위주의 박리다매 전략을 버리고 해외 부유층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급 호텔 체인인 팰리스호텔은 일본에서 운영하는 호텔을 현재 4곳에서 2030년까지 약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1890년 창업한 도쿄 제국호텔도 2026년 교토에 새 호텔을 연다. 제국호텔로선 30년 만에 첫 신규 호텔 개업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휴릭은 2030년까지 수백억 엔을 투자해 직영 호텔과 료칸(온천여관)을 늘릴 계획인데, 1박 숙박비가 10만~30만 엔(약 89만~267만 원)인 고급 리조트 ‘후후’를 현재 9곳에서 17곳으로 늘린다.
객실을 호화 객실로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늘었다. 팰리스호텔 도쿄는 단가가 높은 ‘프리미어 스위트’ 객실을 확대했고 도큐스테이를 비롯한 중저가 호텔 운영으로 이름난 도큐호텔은 도쿄 신주쿠에서 올해 5월 새로운 브랜드의 호텔을 열면서 1박에 300만 엔(약 2,670만 원)이 넘는 최고급 객실을 마련했다. 제국호텔 도쿄도 2030년까지 도쿄 호텔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일본 숙박업계가 고급 호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의 씀씀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청이 집계한 올해 10월까지 일본 방문 관광객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0월을 웃도는 정도로 회복됐다. 특히 미국, 유럽 등의 장기 여행자가 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았던 2년 전보다 1인당 소비액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도쿄와 교토의 숙박비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각각 1.8배, 1.9배로 뛰었지만, 엔저(엔화 약세) 효과로 인해 해외 관광객이 느끼는 체감 가격은 크게 높지 않다.
일본에는 부유층이 선호하는 고급 호텔이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 관광청이 미국 여행 사이트 ‘5스타 얼라이언스’를 참고해 만든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5성급 호텔은 34개로 미국(801개), 이탈리아(196개), 중국(137개), 태국(112개), 인도네시아(58개) 등보다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