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폐렴과 코로나19 환자까지 늘어나면서 겨울철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여러 호흡기감염병에 동시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기를 거치며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특히 독감은 유행주의보가 1년 넘게 지속되며 전례 없는 장기 유행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흡기감염병 복합 유행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19~25일(47주 차)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수(의사환자분율)는 45.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3.9명)보다 3배 이상 많고, 코로나19 유행으로 독감 환자가 적었던 재작년(3.6명)과 비교하면 14배 이상이다.
올 초부터 꾸준히 발생한 독감 환자는 2023-2024절기(올해 9월~내년 8월)가 되면서 다시 급증하는 모양새다. 10월 15~21일(42주 차) 18.8명이었던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그다음 주 32.6명으로 증가하더니 44주 차에는 39명으로 늘었다. 이미 10월 중순부터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의사환자분율 6.5명)의 3배가 넘는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장기간 독감에 노출된 환자가 적어 면역력이 떨어진 점을 독감 환자가 급증한 주요인으로 분석한다. 실제 코로나 유행 당시 감염 예방 활동을 가장 철저히 한 7~12세, 13~18세의 47주 차 의사환자분율은 각각 100.9명, 104명으로 65세 이상(11.8명)의 10배에 이른다.
유행 기간도 유례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발령된 독감 유행주의보는 해제 없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매년 9월에 발령됐다가 그다음 해 8월이 되기 전에 해제되는 패턴을 벗어난 것으로, 감시체계가 구축된 200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유행 양상이 독특한 터라 "이번 독감 유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통 인플루엔자 유행은 12월 말 전후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데 최근 몇 주간 30명대 후반에 머무르며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가 늘고 있다. 47주 차 환자는 270명으로 한 달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5~9세 아동이 잘 걸리는 이 감염병은 발열, 기침, 인후통 등으로 시작해 인후염, 기관지염으로 진행되며 심하면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기침이 2주 이상 오래가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3, 4년 주기로 유행하는데 마지막 유행기가 2019년이었다. 11월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환자도 지난달 넷째 주 7,000명으로 전주보다 13% 늘어나며 '복합 감염' 우려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