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 게임 작화가에 "너 페미지"... 반복되는 '사이버불링'

입력
2023.1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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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격에 주소지 공개까지

넥슨 게임 홍보 영상으로 촉발된 이른바 '집게손 검열 사태'가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의 사상 검증으로까지 번졌다. 이번엔 중국의 유명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작화가)가 한국인 '급진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의 타깃이 됐다.

지난달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 게임 '원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와 동일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SNS 게시물을 보면 둘의 그림체나 서명이 비슷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으로 추정된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해당 트위터 사용자는 2020년 또 다른 중국 게임에 축전 그림을 보냈다가 본인의 SNS에 작성했던 남성 비하성 발언이 문제가 돼 일부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얼마 뒤 이 그림을 게시한 게임업체는 "어떤 정치적·사상적 입장에도 치우치지 않고 늘 중립의 자세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리고 그림을 삭제했다.

트위터 이용자와 일러스트레이터가 같은 사람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동일인 여부를 떠나 양측을 향한 게임 이용자들의 괴롭힘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온라인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실명을 공개하고 "극단 페미니스트 X", "별 XXXX를 다 보네" 등의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주거지로 짐작되는 곳의 주소를 게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트위터 이용자의 계정에도 찾아가 욕설을 했다. 물론 같은 사람이라 해도 무분별한 인신공격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난달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영상에 나온 캐릭터가 0.1초 정도 집게손가락 포즈를 취하자 남성 비하 논란이 일었다. 해당 캐릭터를 외주 제작사의 여성 직원이 그렸다고 잘못 알려지면서 직원 이름과 사진, 카카오톡 프로필 등이 온라인에 무단 공개됐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다른 업체의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콘티(연출 대본)를 총괄 감독한 사람도 5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최근 악성 게임 이용자들의 괴롭힘이 심해지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달 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소재 게임 업체를 대상으로 노동자 보호와 관련한 대대적 특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외국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종사자까지는 보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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