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형' 네이버 웹툰, '가로 만화' 강국 일본 사로잡았다

입력
2023.12.03 16:00
16면
올해 1~11월 거래금액 1,000억 엔 돌파


네이버웹툰이 '만화 강국' 일본에서 '한국 웹툰'의 저력을 뽐냈다. 올해 일본 내 거래 규모가 1,000억 엔(약 8,8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한국에서 탄생한 세로 읽기 방식의 웹툰이 일본 시장에도 스며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일본 내 거래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네이버웹툰이 일본에서 운영 중인 현지 플랫폼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거래 금액을 합산한 수치다. 두 플랫폼의 거래액은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800억 엔(7,075억 원)을 웃돌았는데 올해는 단 11개월 만에 1,000억 엔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일본은 본래 전통적 '가로 만화'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종이책이나 전자책이 강세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의 공략으로 세로 읽기 방식이 점점 일본 내에서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라인망가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연재 작품 중 62%가 '세로 읽기'에 해당했다. 일본에서 세로 형태의 만화를 제작하는 회사도 2022년 1월 23개에서 2023년 6월 77곳으로 늘었다. 닛케이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세로 읽기 방식 유입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재가 다양하고 입체적 캐릭터가 많은 점도 한국 웹툰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2021년 4월부터 라인망가에서 연재한 한국 웹툰 '입학용병'(글 YC·만화 락현)이 대표 작품이다. 입학용병은 10월 기준 일본 내 누적 조회수 3억 회를 넘었고, 월 최고 거래 금액만 1억8,000만 엔(약 16억 원)에 달한다.

한국 웹툰의 고공행진을 위해 네이버웹툰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창작자 저변이 넓어져야 이른바 '웹툰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개별 작가를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아마추어 작품에도 광고를 붙여 창작자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