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월 육군 복무 중 선임들의 가혹행위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조익성 상병 동생이 지난달 초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7장짜리 손편지 내용이다. 한 장관은 유족의 호소에 즉각 응답했다. 순직 군경 유족이 국가배상금 소송을 낼 수 있도록 관련 법안 마련을 거듭 약속한 것이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사건 당시 가해 병사들은 구속수사까지 받았지만 전원 기소유예(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하지 않는 것) 처분을 받았다. 군 당국은 이런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아 재수사를 요구할 기회마저 앗아갔다. 그러다 지난해 4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조 상병 사건을 조사해 순직을 확정했다. 고인이 세상을 등진 지 25년 만이었다
동생 조씨는 어머니 등 남은 세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편지에 담았다. 순직 결정 후 조 상병 유족은 국가배상을 청구했지만 육군과 국방부는 잇따라 기각했다. 현행법상 군경이 전투·훈련 중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었을 때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은 경우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른바 '이중배상금지' 원칙에 가로막힌 것이다. 조씨는 "형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고 맨발로 병원 응급실에 갔던 어머님을 어떤 마음으로 섬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법무부는 앞서 5월 순직 군경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사·순직) 유족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은 시행일 기준 법원에 계류된 사건에도 적용돼 국회 문턱을 넘으면 군의 기각 결정에 따라 소송이 진행 중인 조 상병 사건도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씨는 개정안 통과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에 대한 존경과 보답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형평에 맞지 않은 불합리한 법을 반드시 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족의 애끓는 호소에 한 장관도 화답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유족 측에 한 장짜리 손편지를 보내 "형님(조 상병) 같은 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면서 "그런 마음으로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냈고 반드시 통과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