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사 설립이 꿈"... '수원 전세사기' 임대인 뒤에 건설업체 있었다

입력
2023.12.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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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끼고 PF대출 받아 건물 지어
임차보증금으로 대출 갚고 재투자

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70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된 임대인 부부가 종합건설사까지 만들어 부동산사업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측근의 증언이 나왔다. 해당 측근은 군소 건설사들이 임대인의 이런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임대인 정모(59)씨는 건설업체를 끼고 본인 소유의 법인 명의로 직접 건물을 세웠다. 정씨 곁에서 일하며 사업 전반을 꿰고 있는 A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정씨는 친분이 있는 종합건설사와 입을 맞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었다"며 "나중에 임차인이 낸 보증금으로 건축 잔금을 처리한 후 또 다른 건물을 세우는 데 재투자하는 수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정씨는 2020년부터 자신이 소유한 법인 명의로 종합건설사와 사업을 진행했다. 이들 건설사는 주로 정씨가 부동산 사업을 하며 알고 지낸 업체였다고 한다. 사업 초기만 해도 정씨가 법인 명의로 받은 대출 규모는 빌라를 지을 수 있는 10억 원대 정도였다. 하지만 점차 10층 이상의 도시형생활주택 고층건물에까지 손을 대며 규모는 수백억 원대로 커졌다. 시공을 맡아 준공 책임과 지급보증을 해줄 건설사가 미리 확보되면서 PF 대출금을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었다.

실제 건설사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정씨는 건물 임차보증금을 받아 건축비와 대출이자, 땅값 등을 뺀 돈을 주머니에 챙겼고, 건설사는 정씨 법인으로부터 건축비를 타내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정씨가 건물을 신축한다고 하면 여러 건설사가 설계도를 들고 찾아와 계약을 따내려 줄을 섰고, 계약이 성사되면 사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종합컨설팅을 해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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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방조도 전세사기 규모를 키우는 데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정씨가 대출 관련 의사결정 권한이 큰 은행지점장과 친분을 쌓으며 임차인과 은행 사이에서 거간꾼 노릇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정씨는 은행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20억 원을 바로 대출받을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면서 "은행 측도 대출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챙기는 만큼 중개업자랑 임대업자가 동일인(정씨)인데도 서류심사를 느슨하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업이 순탄하게 흘러가자 정씨는 아예 종합건설사를 차리고 싶어 했다. 자신보다 큰돈을 만지는 건설사 몫까지 챙길 요량이었다. 예컨대 10여 가구의 5층 다세대주택를 지을 경우 정씨의 수익은 3억 원 정도였지만, 건설사는 많이 남기면 6억 원가량을 가져갔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정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과 건축 관련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사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정씨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들어 고금리에 전세가까지 급락해 '돌려막기'가 버거워질 지경에 이르자 그는 결국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정씨 부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접수된 신고는 486건, 피해액은 709억 원에 이른다. 부부는 1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오세운 기자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