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에 국경 완충 지대 설치 추진… 사실상 팔 영토 축소"

입력
2023.12.02 12:18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 국가에 계획 전달
미국 "팔 영토 축소하는 모든 시도 반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에 완충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완충지대를 가자지구 쪽 구역에 설치할 방침이어서 아랍 국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집트와 지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아랍 국가에 이 같은 계획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완충지대 계획은 지난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스라엘이 향후 추가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은 높은 철책과 군사 초소 등을 사이에 두고 분리돼있는데, 지난 10월 7일 하마스는 전동 패러글라이드와 오토바이 등을 타고 철책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했다. 이에 수㎞에 달하는 완충 지역을 만들어 침입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게 이스라엘 측 구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외교정책 고문인 오피르 팔크는 로이터에 “완충지대 계획은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한 3단계 프로세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하마스 파괴 △가자지구 비무장화 △가자지구 비급진화로 이뤄진 이스라엘 전쟁 계획 중 “가자지구 비무장화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계획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두고 국제사회의 반발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이 완충지대를 가자지구 쪽 구역에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 이스라엘 관리는 로이터에 “국경 가자 쪽 지역에 일종의 보안 완충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팔레스타인 영토 축소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익명의 한 미국 관리는 “이스라엘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완충지대 계획을 스스로 떠올렸다”며 “워싱턴은 팔레스타인 영토 크기를 줄이는 어떤 계획에도 반대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계획을 전달한 아랍 국가들은 로이터의 논평 요구에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기 전까지 가자지구 안보 책임자였던 팔레스타인 정파 파타의 모하마드 다란은 이스라엘의 완충지대 계획은 비현실적이고 이스라엘군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보안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직 완충지대가 몇 ㎞에 걸쳐 조성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