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지난달 29일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돌연 입적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자필 유언장 세 장을 1일 공개했다. '총무원장 스님께'라 적힌 유언장엔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란 내용과 소홀한 수행에 대한 반성이 담겼다. 유언장엔 자승 전 총무원장의 서명도 함께 적혀 있었다. 이번 유서 공개는 자승 전 총무원장의 입적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일자 고인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단에 대한 당부와 자승 전 총무원장이 칠장사에 타고 간 차량에서 발견된 메모와 관련된 내용이 적힌 유언장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유언장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제자인 상좌스님 그리고 사부대중에게 각각 남겨졌다.
조계종에 따르면 유언장은 전날인 지난달 30일 자승 전 총무원장이 큰스님으로 있던 봉은사 인근 은정불교문화재단의 숙소에서 10여 장 발견됐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지난 3월 인도 순례를 마친 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방 어디 어디를 열어봐라'는 말을 했고 그때 그 이야기를 들은 스님 중 한 명이 옛일을 떠올려 숙소를 방문해 유언장을 찾았다는 게 조계종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개된 유언장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은 청정한 수행과 정진을 완수하지 못한 점을 자책했다. 유언장엔 '우리 종단은 수행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결제 때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비구니 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해제 때마다 많은 선지식들이 나와 침체된 한국불교를 이끌어 가주시길 서원합니다'라고 수행하는 이들에게 당부도 남겼다.
또 다른 유언장엔 '탄묵, 탄무, 탄원, 향림. 각자 2억(원)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 주도록. 25년까지 꼭 복원할 것'이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탄묵, 탄무, 탄원, 향림은 자승 전 총무원장의 상좌(제자)스님들의 법명이고 토굴은 스님들이 기거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이 내용을 조계종은 화재로 소실된 칠장사 복원에 대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 전 총무원장 분향소에서 조문 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자승 전 총무원장이)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