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탄핵 발의를 예고했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사퇴했다. 또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대 야당의 폭주와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얼룩진 대치정국은 격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상적인 의회 정치를 주문하기도 민망한 작금의 대결정치에 국민의 정치 혐오는 깊어지고, 국력을 소진시키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어제 본회의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면직안을 재가했다.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1인 방통위' 체제가 돼 중요안건 결정이 불가능하게 됐다. 민주당은 탄핵소추 발의와 관련해 “언론장악 등 공직자로서 반헌법적”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례에 비춰 장기간의 위원장 직무정지를 노린 거대 야당 횡포다. 6개월 업무공백이 초래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을 겪고도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건 무책임하다.
방통위 업무의 중요성에 비춰 임명된 지 3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이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면직 재가 역시 "식물 방통위"를 막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극단적 대응일 뿐만 아니라 대결정치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애초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만한 인사를 내세웠어야 했으나 논란이 많았던 이 위원장을 밀어붙여 야당의 실력행사를 초래한 면이 적지 않다.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후임 임명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대결 양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날 한덕수 총리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법 등 이번 개정안이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를 대기에 앞서 여권이 야당과 절충점을 찾기 위해 얼마나 대화하고, 노력했는지 의문이다. 이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있었다.
대결 정치의 악순환은 의회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탓이다. 야당의 폭주를 탓하기에 앞서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집권세력이 야당과의 타협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절실히 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국정 현안을 놓고 제대로 된 회동을 가진 적이 없다는 데서 야당 무시의 기류가 드러났다. 민주당 역시 국정 파트너로서의 책임을 외면한 채 완력에 의존하다간 국민의 냉엄한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