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력 잃고 마비되는 시신경척수염, 효과 탁월한 표적치료제는 여전히 '그림의 떡'?

입력
2023.12.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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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준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시신경척수염은 시신경과 척수에 별다른 이유 없이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실명 등 시각장애, 팔다리 마비, 보행장애, 대소변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10만 명당 3~4명 정도 발생하는 희소질환인데, 여성 환자(70~90%)가 압도적으로 많다.

‘시신경척수염 치료 전문가’ 김준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시신경척수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80~90%가 재발하고, 그럴 때마다 시신경과 척수신경이 손상되므로 정확한 진단·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며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2차 치료제(리툭시맙)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시급하다”고 했다.

-시신경척수염이란.

“시신경척수염의 정식 진단명은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NMOSD)’이다. 뇌·시신경·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광범위하게 침범할 수 있는 자가면역 염증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시신경과 척수에 염증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어서 시신경척수염이라는 병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쪽 눈이나 양쪽 눈이 안구통을 동반한 급격한 시력 저하, 시야장애, 색각 이상 등이 나타나거나, 팔다리 근력 저하, 이상 감각(감각이 무뎌지거나 예민해짐), 대소변 장애 등이 발생한다. 뇌 병변 발생 위치에 따라 지속적인 구역·구토·딸꾹질·복시(複視)·안면마비·현훈(眩暈)이 나타난다. 드물게 수면장애·언어장애·인지장애·혼돈 등도 생길 수 있다.

발생 원인은 중추신경계에 나타난 ‘적군’인 ‘아쿠아포린-4’ 단백질을 공격하기 위해 생성된 자가항체가 오히려 ‘아군’인 시신경과 뇌, 척수 등을 공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진단은 혈액검사에서 자가면역 항체(아쿠아포린-4 항체)가 발견되는 것을 통해 이뤄지고, 항체가 없더라도 특정한 증상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국제 진단 기준에 적합하면 확진할 수 있다.”

-시신경척수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질환이 의심되는 급성기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급성기일 때 1차 치료제로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를 주로 쓴다. 주사제를 3~5일 투약한 이후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쓴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하면 ‘혈장교환술’을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혈장교환술은 이틀에 한 번씩 몇 시간에 걸쳐 체내 혈장을 교체해 병적인 항체 단백질이나 염증 관련 단백질을 걸러주는 치료법이다.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재활과 함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 치료를 시행한다. 예방약으로는 1차적으로 먹는 면역억제제(경구 스테로이드, 아자티오프린,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 중 환자 나이·성별·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 사용한다. 병이 재발하거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면 2차 치료제로 주사제(리툭시맙)를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재발 전에 리툭시맙을 쓰면 아쉽게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재발하면 후유증이 훨씬 무섭다는데.

“재발 형태나 중증도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재발이 잦을수록 회복력은 떨어지고 기능이 더 손상된다. 시신경척수염이 재발하면 실명할 위험이 매우 높고, 한 번만 재발해도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재발이 잦으면 다리 마비로 걷기 힘들어지거나 배뇨가 어려워 도뇨관(카테터)을 평생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재발을 효과적으로 막으려면 약물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예방 효과가 높은 면역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자가면역질환이기에 규칙적인 운동이나 붉은 고기와 유제품을 삼가고, 흰 고기와 다양한 색깔의 과일을 먹는 등 식습관 개선 등을 하는 게 좋다.”

-효과 좋은 2차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면 안 되나.

“2차 치료제(리툭시맙)가 1차 치료제(경구용 면역억제제)보다 효과 좋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리고 재발 시 비용(급성기 치료비, 회복 치료비, 장기 신경학적 후유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하면 2차 치료제를 조기에 적용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

하지만 시신경척수염 첫 진단 시 2차 치료제(리툭시맙)를 먼저 사용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리툭시맙은 1주일 간격으로 모두 4회를 유도 치료 목적으로 주사로 맞고 이후엔 몇 개월마다 1회씩 ‘유지 요법’으로 투약하는데, 비용은 600만~700만 원 선이다. 또 다른 표적치료제(에쿨리주맙, 사트랄리주맙)도 조만간 처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 기준은 여전히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