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 스님 숙소(요사채)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가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69)으로 확인됐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자승스님 유족의 유전자(DNA) 감정 결과 자승스님과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부검 결과 사인은 ‘화재사’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국과수와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과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발화부는 요사채 좌측 방으로 추정되지만 발화원은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불이 난 요사채는 방 2개와 마루, 화장실 등이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한편, 사찰 내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자승스님은 화재 당일 오후 3시 11분쯤 검은색 승용차를 몰고 칠장사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잠시 외출했다가 오후 4시 24분쯤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이후 2시간여 만인 오후 6시 43분쯤 요사채에 불길이 치솟았다.
경찰은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화재 발생 전후 요사채에 자승스님 외에 다른 출입자가 없고, 사찰 관계자 및 유족 진술, 자승스님 휴대폰 기록 등을 토대로 스스로 입적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다만 다른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며, 사고 시점 사찰 내 다른 곳에 있던 주지스님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자승스님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2장 분량 메모에 대해서도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냈다. 자승스님의 장례는 오는 3일까지 조계종 종단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을 마친 뒤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다비장이 봉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