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잠자기 전 다리 불편이 심해지는데…

입력
2023.12.01 23:10
[건강이 최고] 하지불안증후군, 뇌 속 기질적 장애 때문에 발생
철분 부족, 도파민 부족, 유전적 요인 등으로 발생

김모(52)씨는 겨울철이 무섭다. 추운 날씨는 둘째 치고 밤에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밤만 되면 다리가 불편하고 가렵다. 긁어도 시원하지 않고 자려고 누우면 쥐까지 나려고 한다. 다리 불편함을 없애려고 방안을 걷다 보면 다리는 조금 편안해지지만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났다.

정형외과를 찾아 치료했지만 증상은 멈추지 않았다. 잠자면서 손과 다리까지 휘젓는다는 아내의 말에 수면장애가 의심돼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병원에서 1박 2일 동안 자면서 검사하는 수면 다원 검사를 받은 결과, 하지불안증후군 확진을 받아 치료한 결과 증상이 사라졌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학적 상태다. 보통 허벅지나 종아리에 불편감이 나타나는데 오래갈 경우 몸통, 팔, 손 등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360만 명(7.5%)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수면 장애가 동반되는 비율은 220만 명(60%)에 달할 만큼 비교적 흔하다.

윤지은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인한 불쾌감은 움직이면 부분적으로 완화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라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면 교감신경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뇌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고혈압ㆍ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디스크나 하지정맥류로 오인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을 다니며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겨 참고 견디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불안증후군 원인은 철분 부족, 도파민 부족, 유전적 요인 등이며, 진료과는 ‘신경과’이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 연구팀에 따르면 철분 결핍으로 하지불안증후군 증세를 나타내는 환자들의 평균 저장철(Ferritin)은 0.5ng/mL이고, 혈액 내 철분 수치는 42㎍/dL로 나타나 각각 정상 수치인 50ng/mL 이상, 50-170㎍/dL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혈액순환장애, 신경장애, 비타민·미네랄 부족 등과도 관련 있다. 임신 중의 철분 부족 상태나 빈혈, 말기 신부전, 당뇨병은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 다원 검사와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비슷한 증상을 동반하는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쉽고, 다른 수면 질환과 감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진규 원장은 “하지불안증후군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며 “원인에 따라 철분이 부족하면 철분제를 보충하고, 도파민이 부족하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제제를 소량 복용하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고 했다.

낮에 햇빛을 많이 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원장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하지불안증후군이 심해진다면 이는 햇빛량과 관계가 깊다. 햇볕을 쬐며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한 뒤 다리 마사지나 족탕으로 다리 피로를 푸는 게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불안증후군 악화 요인>

1. 수면 부족

2. 우울, 불안

3. 알코올(특히 레드 와인)

4. 카페인(특히 커피)

5. 운동(너무 과도한 운동이나 반대로 운동량이 너무 적을 경우)

6. 수면호흡장애

7. 약물(감기약, 소화제, 항우울제)

8. 흐린 날씨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