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망자만 수십 만 명이 발생하는 말라리아의 발병 건수가 국제사회의 퇴치 노력에도 무색하게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말라리아 발병 사례는 2억4,900만 건에 달하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 1만6,000만 건(6.9%)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려 감염되는 급성열병으로, 매년 2억 명 넘는 감염자 가운데 약 50만 명이 사망한다.
보고서는 특히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의료 역량을 집중시켰던 2020, 2021년에는 말라리아를 비롯한 코로나19 이외의 질병에 대한 대응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사망률이 크게 감소하고, 백신 보급이 활발해진 지난해 이후에도 말라리아 발병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는 살충 처리한 모기장과 말라리아 백신, 치료제를 주요 발병국에 보급해 왔고, 이에 연간 말라리아 연간 발병 건수가 1,000건 미만인 나라가 2000년 당시 13개국에서 지난해 34개국까지 늘어나는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보고서는 파키스탄,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파푸아뉴기니, 우간다 등지에서는 발병 건수가 급증하며 여전히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 특히 파키스탄은 대홍수가 발생했던 지난해 말라리아 발병 건수가 기존의 5배나 뛰었다.
이러한 증가세의 배경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빈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 국가에서 수해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할 시 보건 환경이 열악해지며, 의료 대응력도 떨어지게 된다. 또 재해 때문에 발생한 이재민들이 대거 이동하게 되면, 이주한 지역의 풍토병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해 발병이 급증하게 될 수도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는 질병 대응에 취약한 지역에서의 발병 위험을 더욱 초래한다”며 “지속 가능하면서도 탄력적인 말라리아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