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을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얻은 가수 스티브 승준 유(46·한국명 유승준)가 한국 입국을 위한 사증(비자) 발급을 두고 벌인 두 번째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앞서 유씨는 2002년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같은 해 국내 입국 제한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15년 8월 재외동포비자(F-4) 발급을 거부한 LA 총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3월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유씨가 비자 신청 거절 사유를 통지 받지 못하는 등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만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건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유씨는 이 판결 확정 이후 비자를 신청했지만 재차 거부당했다. 외교부가 "대법원 판결은 비자 발급 거부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일 뿐, 비자를 발급하라고 한 건 아니다"고 유권해석하면서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다시 LA총영사를 상대로 2020년 10월 2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행정청이 주어진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해 비자 발급 처분을 거부했다고 판단해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010년 개정된 구재외동포법 ‘병역규정’을 적용해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다. 유씨가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 확정 판결로 유씨의 국내 입국을 가로막던 장벽이 완전하게 제거된 것은 아니다. 유씨가 재차 비자 발급을 신청하게 된다면, 정부가 다시 그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다만 외교부가 다시 거부할 명분이 훨씬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가 확정 판결 취지를 존중해 비자를 발급하면 유씨는 21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